환경과 생태

형님, 탈핵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녹색세상 2012. 10. 14. 14:27

 

몇 주 전에 기관에 있는 후배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김영삼 정권 때 정치인을 만나지 못하게 법이 바뀌었다’며 ‘정당인을 만날 수 없게 되어 있어 당 활동가인 형님을 만나는 것도 안 된다’기에 ‘난 동문이라서 일과 후 개인적으로 만나니 괜찮은 것 아니냐? 두 기관에서 알고 있으니 너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 정도면 신변 보호는 확실한 것 같다. 역시 세금 낸 보람이 있다’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이런저런 학창 시절에 얽힌 이런저런 추억도 떠 올리고, 신설학교에서 방황했을 때 아버지처럼 걱정해 주시던 은사님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아무리 한 반에 70명 가까이 있던 콩나물 시루같은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서로 얽힌 인연은 있기 마련이죠. 제가 대경탈핵연대에 파견되어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며 ‘형님, 탈핵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하더군요.


생명이 위험하니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인데 탈핵을 말하면 꼭 나오는 말이죠. “나처럼 진보정치를 말하는 사람에게 대안을 요구하는 건 괜찮으나 환경운동가들에게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비판에 재갈을 물릴 때 대안까지 요구하는데 과도하다”며 못을 박았습니다. ‘특히 언론이 이럴 때는 기자들을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첫째, 핵발전소는 매우 위험하다. 사고가 나면 많은 사람이 죽기에 반대한다. 둘째, 핵폐기물은 처리 비용도 비싸거니와 몇 만년의 시간이 흘러야 방사능 물질이 반감될 정도로 오랜 세월이 걸려 반대한다’고 했더니 수긍하더군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위험하다는 걸 반박하는 무식한 기관원들은 없다는 것이죠. ‘그래도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핵발전소를 없애는 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일반론에서 벗어나지 않더군요.


“탈핵은 토건정책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현대자동차 처럼 심야노동을 없애고 노동정책까지 바꾸어야 하는 등 자본과 권력으로서는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문재인이 과감히 탈핵을 말하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태양열 발전의 단점은 낮에만 전기를 생산하는데다 장시간 보관이 어려워 밤에 전기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삽질정책과 산업구조조정,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에 이상할 정도로 환한 우리사회의 단점도 거론하자 외국을 많이 나가본 후배는 잘 알고 있더군요.

 

그러면서도 ‘형님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닌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기에 ‘명망가인 노심이 당을 버리고 떠날 정도로 어차피 진보정치가 쉽지 않은 것인 줄 잘 알지 않느냐?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피해를 입기에 함께 살기 위해 탈핵을 한다. 계속 핵발전소 짓자는 건 자살을 부추기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보정당도 발전을 말해 왔는데 솔직하지 않은 표현이다. 지구의 부존자원은 제한되어 있는데 어떻게 계속 발전이 가능한가?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공존하려면 발전 대신 분배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물론 자본의 반발이 엄청나겠지만 그게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고 했습니다. 탈핵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