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자가 아닌 분들이 ‘한국의 기독교가 제사를 없앤 건 탁월한 선교 전략’이라고 하는데 잘못 알고 있다.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미국의 근본주의 잔재인 이름도 없는 지방 신학교 출신들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학력 인정도 못 받는 각종학교 졸업생들이다. 그러니 선교지에 문화에 대한 이해 같은 게 있을리 만무했다.
천주교는 처음에 제사를 반대했으나 워낙 반발이 심해 교황청이 ‘현지 문화를 존중라라’는 지침을 내려 자기 편한 대로 한다. 큰 절이란 걸 이해하지 못한 개신교 전도자들이 일방적으로 ‘제사 반대’를 선언해 지금까지 명절이면 집집마다 싸움이 벌어진다. 큰 절은 상대에게 최고의 예를 갖춘다는 의미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도 있는데 ‘우상 숭배’로 몰아 붙였으니 정말 무식의 극치다. 고2 때 친구들 따라 처음 교회를 가게 되었다. 명절만 되면 ‘제사는 우상 숭배’라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한완상 선생님이 쓴 ‘저 낮은 곳을 향하여’란 책이 답을 주었다.
교수에서 해직되어 거리의 사회학자가 되어 ‘선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의 자세를 돌아보자’는 뜻으로 쓴 것인데 제사는 우리 풍습일 뿐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무렵 감리교회는 ‘신앙의 토착화’를 주제로 내걸면서 우리 문화와 충돌하지 않도록 선교 전략을 짜기도 했다. 나중에 무당인 김선도 형제들 때문에 그 분들이 신학교와 교단에서 밀려 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그 후 예수쟁이면서도 제사도 잘 지냈고, 고사에도 잘 참석해 ‘별나다’란 소리도 들었다. 조부 때부터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이 엄마와 결혼하면서 당연히 제사 문제가 거론되었다. ‘제사는 우상 숭배가 아니라 우리의 풍습일 뿐이다. 풍습이라 절을 할 뿐’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릴 때부터 신앙이란 이름으로 새겨진 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 집은 성차별이 너~~~무 심해 여성들에게 시집오면 절을 딱 한 번만 시킨다. 그 후는 안 할 일이 없으니 한 번 하고 편할 건지, 예수쟁이 며느리란 소리 들으며 시달릴 건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결혼 후 기독교신자가 된 사촌 형수들 중에는 ‘제사는 우상 숭배’라며 ‘지내지 말자’는 분들도 있다. ‘형수, 여자들이 힘들어 없애자고 하면 함께 할 용의가 있지만 우상숭배란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 풍습을 모르는 목사들의 무식한 소리’라고 했으니 얼마 서운했겠는가.
말이 옆으로 샌 것 같다. 개신교가 제사를 반대해 여성들의 짐을 들어준 건 맞으나 탁월한 선교 전략은 분명 아니다. 그 정도로 한국교회가 깨어 있지 않다. 종교다원주의를 연구한 감리교의 뛰어난 신학자인 변선환 목사를 학교에서 몰아낸 것도 모자라 성직자에게는 사형인 출교까지 시키고, 신앙의 토착화를 부르짖는 신학자들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게 현실이다. 제사 문제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고 우상 숭배 운운하는 한국교회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사진: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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