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올해 환갑인 형님에게

녹색세상 2012. 1. 15. 11:53

 

형님이 살아계시면 올해 환갑입니다. 아버지가 환갑일 때 제 나이 서른이었는데 ‘결혼 안하고 부모 애 먹인다’고 집안 어른들에게 꾸중 듣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유난히 저희 형제를 따른 정×이와 보×가 벌써 삼십대니 세월이 정말 빠르군요. 보×가 두 살일 때 서내동 작은 고모가 녀석이 너무 예뻐 안자마자 울어 서운해 하셨는데 투박한 제가 안으면 울음을 멈춰 ‘녀석들 그래도 핏줄은 알아본다.’며 고종 여동생들도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형님은 한 번도 보지도 못했던 우리 집 아이들이 벌써 그때 제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동생들과 화해도 못한 채 서른여덟 젊디젊은 나이에 요단강 넘어간 형님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벌써 쉰 줄이고 스물여섯 새댁이었던 형수가 벌써 쉰여덟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제가 군대 생활할 때 신혼 시절 살림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형수는 늘 용돈 챙겨 주곤 하셨는데 30년 가까이 된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욕심 많은 큰아버지와 큰 어머니는 상속 정리가 안 된 땅을 가져가 얼굴 안 보고 지낸지 제법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제자리 갖다 놓는다면 결례한 것을 사과하고 화해할 용의가 있는데 과연 그럴지 의문입니다. 이 일로 제가 고소를 하려고 하자 아버지는 “네 마음 안다. 내가 죽고 난 뒤에 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해 ‘큰 집 식구들과 같이 제사 못 지낸다’는 최소한의 항의를 하고 있지만 이젠 다 큰 조카들 보기 민망하죠.


세상 떠나기 전 동생들과 ‘미안하다. 먹고 살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라도 하고 가셨으면 한이라도 없으련만 젊은 나이에 쓰러져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형님과 동갑인 거래처 손님과 기분 좋게 한 잔 해서 그런지 생각이 나는군요. 그러고 보니 설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올해가 유난히 추운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동안 제사 때 잘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참석하겠습니다. 오늘 따라 형님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