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분당은 패권주의가 만든 내부 폭력
요즘 진보 정당을 향해 쓴 소리를 아까지 않는 조국 교수의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페이스북의 친구인 조국 교수가 한 ‘진보 양당 감정 있겠지만 접을 때가 되었다’고 한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네 번 넘게 봤습니다. 신문 기사는 보고 넘어가는데 이 기사는 유심히 읽었습니다. 신문에 기고를 하려면 책 서너 권을 읽는다는 리영희 선생님의 철저함을 떠 올리며, 비록 산골에 있지만 반박문을 쓰면서도 자료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게으른 저를 반성합니다.
통합하면 식구들이 늘어나고 살림살이가 펴이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통합이 가져 올 후유증은 더 크고 무섭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걱정이지요. 폭력 중 가장 상처가 깊은 게 가정폭력과 조직 내부의 폭력이란 게 제가 가진 성인지적 관점입니다. 남이 아닌 같은 구성원으로 부터 받은 상처이기에 더욱 깊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기에 치유 기간이 길기 마련이고, 서로가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을 조직 내부 폭력으로 봅니다. 쪽수 좀 많은 정파가 싹쓸이 한 짓을 패권주의라 부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승자독식은 폭력임에 분명합니다. 사람을 때리고 언어폭력을 휘둘러야만 폭력이 아니라 구조화된 폭력이 얼마나 무섭다는 건 국가인권위원을 지낸 조국 교수님이 누구보다 잘 아실 줄 압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애당초 동거가 불가능했던 사람들이 살면서 일어난 매우 골이 깊은 상처임을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승자독식의 위험도 모르는 윗선의 어깨들
승자독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본은 잘 알기에 큰 공사가 있으면 직접 만나 거래를 통해 상처를 덜 주면서 자신의 지분을 챙깁니다. 그런데 명색이 집권을 목표로 한다는 자들이 싹쓸이를 한 것은 폭력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무지의 극치지요. 독식에 밀린 진보신당의 무능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달게 받겠으나 혼자 다 먹으려는 놈에게 다른 대처 방법이 없는 게 사실 아니었던가요? 독식하려고 저지른 일은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내용을 잘 아시기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싹쓸이란 폭력의 실질적인 배후이자 주범인 3대 어깨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어떻게 화해를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조직은 없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을 건드리지 않고는 민주노동당 내부는 물론이요, 진보정당 통합의 핵심에 결코 접근할 수 없는 게 사실 아닌가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조국 교수가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만 하는 것은 오진으로 인해 의료사고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파업 중이거나 농업 문제를 말하다가도 통일이란 말만 나오면 모든 걸 접고 거품 무는 이상한 사람들, 모든 문제를 미 제국주의 탓으로만 돌리는 괴상한 집단, 다수를 차지한 자신들이 결정한 당 내부의 합의조차 엎어 버리는 경기동부연합ㆍ광주전남연합ㆍ울산연합이라는 거대 주주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해골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하다’고 저를 비롯한 진보신당의 이른바 독자론자들은 말합니다. 윗선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달라지는 그 집단의 습관은 광신도나 다름없습니다.
실제 주주들을 향해 쓴 소리부터 하라.
“당신들, 그렇게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라. 그래야 원내 교섭단체라도 구성할 것 아니냐”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던가요? 작년 ‘지방선거’ 때는 케케묵은 민주대연합이란 망령으로 채우려 안달을 부린 자리를 ‘진보정당 통합’이란 구체적인 실체도 없는 논리가 차지하려는 것 아닌가요? 본사의 지침에 따라 중요 사안이 결정되는 자주파의 실체를 모르지 않는 분이 ‘이해하지만 이제 접고 통합하라’고만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오연호 씨가 움직이는 걸 보면 ‘오마이뉴스의 기대주가 민주연합에서 진보정당 통합으로 대체’된 건 아닌지 의문을 갖습니다. 조국 교수님이 진보정당 통합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일은 배후에서 조종하는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들을 향해 “먼저 주먹 휘두른 당신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체를 공개하라”는 말부터 하고, “무능했던 진보신당도 반성하라”고 당당하게 나서야 합니다. 이왕 시작하신 일 작정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생색내기로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학생운동을 하지 않아 자주파들에게 직접 받은 상처가 없지만 민주노동당에 와서 상식 이하의 해악질이 판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정말 진보정당의 통합을 원하신다면 짱돌 맞을 작정도 마다하지 않고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모든 일을 정파 간의 갈등으로 처리하고, 심지어는 맥주병을 깨든 채 여성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온갖 쌍욕을 퍼부으며 공포에 뜰게 한 폭력 사건조차 정파의 문제로 처리해 버리고 말았던 걸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운동권 사투리는 당장 버려야 할 악습
그리고, 운동권 사투리에 대한 지적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책 몇 권 읽고 먼저 세상을 좀 안답시고 자신들만 아는 말투만 퍼부어 대는 진보정당의 활동가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말을 갈고 다듬는데 일생을 바친 이오덕 선생님이 ‘먹물들이 우리말을 망쳤다’고 한탄하신 걸 기억합니다. 그 먹물들 중 상당 수가 운동권이었다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죠. ‘난 너희들 보다 더 많이 안다’는 오만이 만든 악습임에 분명합니다.
대중이란 구체적인 물리력이 함께 하지 않으면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사람들이 한 때의 습성을 버리지 않는 것은 스스로 무덤 파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 오만한 습성을 고치지 않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미련한 짓이죠. 가방 끈이 긴 먹물들의 책임이 많다는 것부터 먼저 반성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진보진영의 문건이나 교수들의 논문을 중 우리말본에 맞지 않은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소통은 이미 물 건너 간 ‘운동권 사투리 박멸하자’고 나선지 제법 되었는데 고칠 게 너무 많아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닙니다. 이런 저를 ‘까칠하다’고 할 때는 정말 집권할 의지가 있긴 한 지 의혹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말은 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말을 홀대하며 오만에 빠져 있는 자들이 판을 치는 한 진보진영이 고립무원을 헤매는 건 당연하겠지요. 제 경험의 한계를 다시 한 번 고백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성주 들판에서 윤 희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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