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민주노동당의 최대 주주인 김창현ㆍ이용대 씨에게

녹색세상 2011. 2. 24. 21:00

분당의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게 통합의 지름길


분당의 원인과 통합의 조건에 대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분당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평가, 반성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통합할 수 있다.’와 또 하나는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가야할 길을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당시의 논쟁과 감정까지 모두 등장하면서 일치점을 찾기 어렵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상처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구체적이고 세부적 영역까지 뒤집어서 갑론을박해서는 답이 없다. 다만 핵심적인 문제를 분명히 짚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탈당해서 진보신당을 만들려고 한 이들의 고민의 출발점에 대한 성찰과 문제 해결에 대한 분명한 해결책을 찾고 그 외의 문제는 가슴에 묻고 미래 지향적으로 해결해 가자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민주노동당은 변한 것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변했고, 또 함께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위의 글은 김창현 씨가 프레시안에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글을 쓴 것 중의 일부입니다. 내용을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썼더군요. 그런데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김창현 씨는 빠트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당시의 논쟁과 그 감정까지 모두 등장하면서 일치점을 찾기 어렵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상처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양쪽을 지적하면서도 마치 ‘세월이 약’이라는 말로 얼버무린 것 같습니다.

 

세월이 약이 아니라 새살이 돋아나야 치유된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냥 두면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습니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아픈 부위가 다 낫는 게 아니라 새살이 돋아나야만 아문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요? 김창현 씨가 진보신당의 어느 당원 페이스북에 남긴‘당이 분열되어 안타깝다. 안 좋은 기억은 잊어야 한다’는 글을 보고 정파의 수장으로서 통합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더군요. 치부는 감춘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드러나 더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건 세상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죠.


통합을 거론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은 내년 국회의원 총 선거를 앞두고 의석 몇 자리를 얻기 위해 임시봉합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 진보정당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론이 좀 길어졌군요. 김창현ㆍ이용대 씨에게 에둘러 말하지 않겠습니다. 민주노동당에는 자주파 실세인 울산연합의 김창현 씨, 경기동부연합의 이용대 씨가 뒤에서 당권을 장악하고 버티고 있다는 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금까지 덮고 넘어왔습니다. 당의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 마다 실세들이 마치 어깨들처럼 모여 결정하고 지침을 내려왔던 게 사실 아닌가요? 북한의 ‘당 중앙의 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유독 북한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을 넘어 신년사에 어떤 말이 나오는 가 귀를 기울였던 게 사실 아닌가요? 북한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지 않은 것은 성역을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자주파의 실체를 공개할 생각은 없는가?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정직’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길은 잔머리를 굴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지난 날의 아픔을 하루 빨리 치유하고 함께 가자’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동부연합ㆍ광주전남연합ㆍ울산연합의 실체를 공개하고 해체하는 것”이라고 진보신당의 많은 활동가들이 말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파의 수장인 이용대 씨와 김창현 씨의 솔직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삼성의 이병철ㆍ이건희ㆍ이재용처럼 북한의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세습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남북 관계를 생각해 말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개인 이정희라면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나 공당의 대표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의무이죠. 그리고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 아닌가요?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민주노동당 3대 주주의 의중이 깊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사실인지 아닌지 김창현ㆍ이용대 씨에게 질문하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힘들더라도 독자적으로 가자’고 말하는 저 역시 당의 외연이 확장되는 걸 반대하지 않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성장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지만 원칙도 없이 장밋빛 환상만 드러내는 ‘묻지 마 통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불안한 동거일 수 밖에 없기에 반대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상처가 곪아 가는데 약만 바르고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해서 낫지 않는다는 건 중학생도 압니다. 아프더라도 과감히 도려내 수술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잘라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외의 여러 가지 문제는 가슴에 묻고 미래 지향적으로 해결해 가자”는 김창현 씨의 말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란 것은 분명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최대 주주인 김창현ㆍ이용대 씨의 명확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덧 글: 저는 학생운동의 경험이 없어 주사파와 관련해 악몽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힙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2008년 혼자 탈당해 진보신당에 입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