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와 G20이 무엇이 다른가?
G20회담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G20만 치르면 나라가 발전한다고 개 거품을 문다. 노무현 정권도 ‘한미FTA 성사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야단을 떨었다. 그 잘난 386의장님들 중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협상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 하게 했다. 이명박 정권은 2010년 판 명박산성까지 쌓는 것도 모자라 국민들의 생리현상까지 통제하려고 든다. ‘내 말만 들으면 된다’는 오만이 아니면 ‘자신이 없다’는 둘 중의 하나가 분명하다.
▲ 한미FTA협상 한국 측 대표로 미국대표와 반갑게 악수하는 김종훈, 지금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노무현 정권 때 장관급으로 바뀌었다. (사진: 오마이뉴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G20정상회의에 모든 걸 거는 현 정부에 대해 호된 비판을 가했다. 그는 8일 오전 불교방송에 출연해 G20 정상회의에 대해 ‘국내정치하고 무관한 행사’라며 투기자본 규제 및 저개발국에 대한 개발 기회 부여, 아동 노동이나 불법 노동 근절, 공정거래 및 무역을 주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20개국의 정상들이 비공개적으로 논의하면서 환율 문제 같은 걸을 중심으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회의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한미FTA협상은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하는가? 노무현 정권 때의 한미FTA와, 이명박 정권의 한미FTA가 무엇이 다르기에 적극 찬성하다 이제 와서 반대하는지 분명히 답변해야 한다. 유시민 씨는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정부가 이 행사를 옛날 독재정권이 서울올림픽 앞두고 아주 국민들을 계몽대상으로 취급하던 그런 때가 자꾸 생각날 정도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우리 국가의 수준 또는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의 잘못부터 고백하고 나서라.
맞다, 겨우 회의 한 번 한답시고 이렇게 난리 치는 것은 성숙한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아주 얕잡아 보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 회담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 않은가? ‘한미FTA 협상 반대한다’고 절규하던 청년학생들의 입을 틀어막고 복 날 개 끌어내듯 한 것이 경찰 자체의 판단인가? 국회의원들을 회담장 밖에서 풍찬노숙 시킨 건 경찰청장이 아니라 청와대의 엄명이란 것은 중학생도 안다. 그 때 땅바닥에 추락한 국가의 품위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유시민은 답해야 한다.
▲ 총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호를 받으며 한미 FTA협상장으로 이동하는 김현종(현, 삼성법무담당 사장)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통상교섭대표. (위 사진) 경찰특공대의 경찰견까지 투입해 회담장 주위를 경비하는 장면이 G20회담 경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아래 사진)
유시민 씨는 “원래는 이렇게 야단스럽게 코엑스 같은데서 해서 도시를 마비시키지 말고, 제주도에서 했으면 경호상의 문제도 없고, 조용하게 대화만 잘 나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서울에서 유치하게 된 것도 정부의 정략적 계산이 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노무현 정권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제주도에서 한미FTA 회담을 했다면 더 통제를 하기 쉬웠을 것이고, 국회의원 몇 명은 조용히 모실 수 있었는데 서울 한 복판에서 했다.
‘내가 하면 사랑, 남이하면 불륜’이란 말이 딱 맞다. 지금 이 추운 날씨에 한미FTA반대 농성을 거리에서 하고 있다. 미국이 가만히 있는데 먼저 하자고 한 노무현 정권이 원인 제공자다. ‘준비없이 개방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 정태인의 충언을 갈아 뭉개버린 건 정권의 실세들이다. 김종훈이가 거짓말 한다고 탓하지 마라. 노무현 정권은 국회의원들에게 열람만 허락했지 협정문 한 줄도 못 적게 했다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지금의 김종훈이가 노무현 정권 때 어느 자리에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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