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치욕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치욕으로
도무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난무하고 있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사태의 전개 과정은 대한민국 정부와 군 지휘부 그리고 보수 언론 등이 작당하여 제작한 ‘대한국군 치욕의 날’이란 제목의 거대한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지난 4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석상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이라고 했다는데, 장관이 말하고자하는 치욕의 실체가 무엇인지 짐작 가능하다. 그렇지만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도 패배했음에도 말을 멈출 줄 모르니 어이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회의실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 대통령,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등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수두룩하다. (사진: 연합뉴스)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를 맑게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46인의 희생자 전원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되고 용사 칭호를 부여하는 등 과도한 흔적은 있으나, ‘치욕의 날’ 제정과 관련해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누구도 문책이나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은 또 있다. 천안함 사건을 더욱 치욕스럽게 만든 주역들, 즉 정권 책임자와 국방장관 등이 앞장서서 ‘치욕의 날’을 지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묵인하거나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속에서 당하고 새떼를 향해 사격한 이상한 군대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 그것이 적의 공격이든 또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든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수중에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은 천안함이 침몰하던 시각에 주변의 새떼를 향해 함포를 백 수 십 여발 발사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 소동으로 미루어 짐작하건 데 천안함을 공격은 수중에서 공격하고 비행으로 도주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적은 수중과 하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고 우리 해군을 농락했다.
반면 우리 해군은 고작 물위에 떠있는 채로 공중을 향해 함포나 쏴대었다. 어찌 이보다 더한 치욕이 있는가? 더욱이 76밀리 주포는 공중 표적을 공격하는 대공포도 아닌데 비행 물체인 새때를 향해 사격을 했으니. 시간 조작 장치와 통신 교란 장치까지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막강한 위력의 무기는 우리 군이 침몰시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게 했고 군의 신경체계인 통신망도 마비시켰다. 이 정도면 첨단무기로 무장했다고 큰 소리 친 해군이 꼼짝 없이 당하고도 남는다.
적의 무기에 격침되는 순간 국방부와 함선과 승조원들의 시계 바늘은 멋대로 돌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천안함 침몰 추정 시각은 21시 15분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다시 22분으로 ‘미친 ×널뛰기’를 했고, 적의 통신 교란은 함장으로 하여금 누구라도 청취 가능한 국제상선망을 통한 교신만을 허용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상상을 초월한 적의 첨단 무기조차도 승조원들의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질을 막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향후 군의 통신 전력 강화를 위해 전군의 군영 내에서 휴대전화 교신 활성화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운 대목이다. 그런데 최원일 함장은 처음 피해자 가족들 앞에 나와 ‘함정 내부에 교신기가 없어 휴대전화 통화가 불가능 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함장은 통화가 불가능하다는데 통화한 사람들이 있으니 승조원들이 비싼 위성전화기라를 집단 구입했다는 말인가? 군인 월급이 얼마나 되기에 그 비싼 위성전화 요금까지 물어가며 사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군이 초기대응 잘했다.’고 강변
적이 사용한 무기의 후폭풍은 그들이 사라진 후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침몰한 선미를 추적하는 해군 장비를 교란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 해군은 어군 탐지기에 탐지된 어선의 도움을 받고서야 함미 위치를 파악했다. 적의 무기가 물속과 공중을 넘나드는가 하면 아군의 통신체계를 농락할 수 있을 만큼 첨단 체계를 갖추었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면 구조된 승조원들이나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한미 함정 모두가 몰살을 당할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속초함 함장의 기지가 빛났다. 주변을 날아가는 새떼를 향해 대함 무기인 함포를 발사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적을 헷갈리게 한 것이다. 우리의 치욕스러울 만큼 허술한 무기체계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었던 적의 무기는 허허실실 전략에 놀라 현장에서 조용히 철수하고 말았다. 보고를 접한 대통령이 “군이 초기 대응을 잘했다.”고 칭찬한 것이며, 이와 같은 대통령의 교시는 사고를 수습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과학적 근거보다 우선적인 당 중앙의 명령과 같다.
적어도 5월 4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군의 무사안일을 질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통령은 침몰 직후 “북한이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신중한 대응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예상 밖의 신중한 자세는 이 사건이 남북 간의 군사 대결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시켜주었다. 만약 이 일에 북한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UN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제제할 수 있다는 부분에 국제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암묵적인 동의가 이 일에 ‘북한이 관련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이라는 단서가 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말은 달리 해석하면 국제사회는 ‘명확한 증거 없이는 어떤 제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국이 북한 제제에 대해 원론적인 발언의 범주를 지키고 있는 것이나, 영국 BBC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영구 미제를 바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적 관례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한국정부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을 한국 정부에 대한 절대지지로 착각한 한국 정부와 대통령의 행보는 상하이 방문외교에서 또 다른 치욕을 연출했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천안함 희생자에 위로를 표하고, 한국이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 평가한다.”는 원론적인 말을, 중국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을 지지하며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6자회담 재개를 보류한다는 것으로 확대해석해 ‘돌격 앞으로’를 했다.
중국은 상술의 귀재답게 한국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노련했다. 모든 것을 약속한 듯 보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마무리했고, 김정일 위원장을 융숭하게 접대했다. 한국 국군의 치욕이 ‘대한외교의 치욕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통상부로 불러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흘 앞두고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사전 통지를 해주지 않은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중국 정부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의 이 초치가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결례를 범했다는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정도면 막나가자는 것’이다.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일을 스스로 나서서 ‘치욕의 날’로 제정하고 남을 향해 삿대질이나 할 만큼 사리분별이 없는 그들이고 보니, 한국 정부와 군 그리고 외교 당국은 이 사건이 ‘대한민국이 연출한 국제적인 치욕극’으로 발전해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짐작컨대 그들은 수치를 느끼는 감각 기관이 제거되어 버린 자들이니 파렴치하다고 불러 마땅하다. (한토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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