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는 단순한 침몰 사고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전군 지휘관회의 석상에서 ‘천안함 사건이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군부에서 ‘북한의 가능성’을 흘리자 바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쐐기를 박던 처음과는 말이 다르다.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천박하니 누가 믿는단 말인가?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는 불과 70킬로미터 거리에서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국민들이 잊고 산 사실도 일깨워줬다”고 이번 사건의 북한책임을 암시하며 말장난을 해대는 천박함을 보여 주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5월 4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4대강 사업 때문에 모든 예산을 줄여 군사장비 교체도 못하게 해 놓고는 지금 와서 뜬금없이 국가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대통령직속기구를 즉각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병역 기피한 대통령과 총리, 같은 기피자인 국정원의 원 주사를 쳐다보며 군대 갔다온 국민들과 군 장성들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은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애당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놓고 이제 와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으니 진실성을 믿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까지 분명한 사실은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문제임을 직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가는 것과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었던 시점이란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에 일어난 사건이란 걸 아는가?
“그 시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진행 중이었고 잠수함을 잡는 이지스함도 근처에 있었고 미국의 최첨단 장비가 동원돼서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예측하고 있던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중시해야지, 지금 언론에서 보도되는데 휩쓸려서 북한 연루설을 기정사실화할 경우 나중에 상황이 규명된 후 대응과 관련된 문제에서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국제적인 망신만 당하고 만다.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회의실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한민구 육군참모총장,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 대통령,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합참의장 출신의 국방장관과 달리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하는 엉성한(?) 장면이 보인다(사진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될 수 있다. 높은 파도에 배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사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건설회사 사장으로 근무해 온갖 공사도 다 해 봤고, 노점상도 해 보고, 배까지 만들어 본 만능인 대통령이 왜 이제 와서 말을 뒤집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현대건설에서 한 일이라곤 ‘돈 만지는 기술’만 배웠다는 건 천하가 아는 사실 아닌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천안함이 돌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인위적 요인에 의해 침몰됐음을 강조한 것으로, 군 당국이 주장하는 외부공격설과도 맞닿는다. 이 대통령은 “최고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국제합동조사단이 조만간 원인을 밝혀낼 것”이라며 “원인을 찾고 나면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으로 생중계된 이 발언은 군은 물론 국민들에 대한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시작전지휘권 뒤에 숨어서 혀만 놀리는 야비한 자들
“대한민국 국군은 지금도 싸우면 이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내부의 안보 태세와 안보 의식은 이완되어 왔다”며 군 지휘관들의 압박하면서 작전지휘권 뒤에 숨어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치사함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도 불과 50킬로미터 거리에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이 사실이다.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줬다”는 이미 한 물 간 안보장사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군의 생명은 사기에 있다. 군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안팎에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군의 느슨한 안보태세와 지나친 비밀주의 등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난 상황에서 일단 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 문제를 최대한 지방 선거 때 까지 우려먹으면서 군에 대한 문책은 강하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의 이런 말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건발생 이틀 뒤인 3월 28일 ‘북한이 관련됐다는 징후를 탐지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막가파식이다. 클린턴 국무장관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나 오판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4월23일 나토회의에 참가해서 말했다. 이는 북한을 의식하고 한 얘기라기보다는 우리 쪽의 극단적인 대북 응징론을 의식한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전시작전권 뒤에 숨어 말장난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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