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천안함 보복 밝힌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

녹색세상 2010. 4. 30. 19:45

지금이 석기시대인가 증거도 없이 복수를 하게?


3월 26일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당한 후 4월 29일에야 장례를 치렀습니다. 아들 같은 젊은이들을 저렇게 보내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서글픕니다. 저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일면식도 없는 대구에 사는 50대 초반의 시민입니다. 영결식 중 장례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우리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는 말을 듣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 4월 29일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천안함 46용사 합동안장식’에서 최원일 함장과 생존 장병들이 영현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인터넷공동취재단)

 

아직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앙갚음하려는 자들이 우리 군 수뇌부에 있다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도 “지금이 석기 시대인 줄 아느냐?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복을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안보장사를 하려는 같은 당의 정신 나간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중진의원 조차 반대하는 ‘보복전’을 해군참모총장이 고인들을 보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국민의 손에 선출된 대통령의 통제를 받는 해군의 수장이 대통령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의문입니다.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에게 공개적으로 질의를 하니 답변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전시작전지휘권이 없는데 어떻게 보복전을 하겠다는 것인가요? 우리 군대를 직접 지휘하는 미군사령관과 서로 교감이 이루어진 것인지 묻습니다. 우리는 작전 지휘권조차 없는 불운한 나라임을 해군 참모총장이 모르는가요?


어떤 외세가 우리를 공격해도 미군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슬픈 현실을 모르나 보군요. 보복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평시 작전지휘를 하는 합동참모의장과 서로 논의한 사실인가요? 아무리 북한의 소행이라 할지라도 미국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혹여 함정 내부의 문제를 감추기 위해 부추기는 건 아닌지 의혹이 듭니다. 부임하자 예하 부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경계태세를 점검하고 ‘완벽한 해양수호에 매진하라’고 강조했는데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이에 대한 답변도 요구합니다.

 

 

▲ 영결식 중 장례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우리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통신)


 한미연합훈련 중 공격당한 고철덩어리부터 치워라!

 

침몰 사고가 난 당시는 미 해군과 합동훈련 중이었습니다. 더구나 그곳에는 미국이 자랑하는 이지스함이 두 척이나 있었습니다. 북한에 의한 소행이라면, 미국 측에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미국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말인지, 미군이 알고도 외면한 것인지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감청능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북한 반잠수정이 NLL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알지 못했다면 미군에게도 경계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일절 언급이 없습니다. 국제상선망으로 교신을 했는데 우리 해군이 몰랐다면 관련자를 전부 문책해야 합니다.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최고의 경계태세를 갖추는 실전에 버금가는 작전이고, 국제상선망으로도 교신 했으니 미국은 당연히 우리 해군에게 정보를 줬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군 수뇌부 중에 북풍한설(北風寒雪)을 그리워하는 자들이 있다면 당장 망상을 버려야 합니다.


해군참모총장인 김성찬 제독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침몰 시킨 세력을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전시작전지휘권이 없는데 어떻게 보복전을 하겠다는 것인가요? 이와 관련해 평시 작전지휘를 하는 합동참모의장ㆍ국방장관과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논의한 사실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 줄 것을 요구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고, 군인 역시 공무원으로서 주인인 국민의 질의에 대해 회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