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천안함 원인 ‘북한 소행’ 암시…미국은 여전히 신중

녹색세상 2010. 4. 28. 17:10

천안함 침몰은 ‘북한 어뢰’라 흘리는 조사단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말은 서로 조금씩 달라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의 관점은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고 보는 쪽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미 사고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미국으로서는 이 사건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흔적이 엿보인다.

 


지금까지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된 미 당국자들의 말을 분류하자면, 크게 세 방향으로 나뉜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은 천안함 침몰 직후 ‘북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건 초기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북한 소행’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를 돌리는 작용을 했다. 반면,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 소행’이라는 해석이 개입할 여지의 발언을 했다.

 


캠벨 차관보는 지난 26일 ‘2010 홍콩 국제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특히 “결과가 나오면 중국에 책임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과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대변인답게 줄곧 ‘어떤 추정도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며 흔들리지 않았다. 크롤리 대변인은 초기 ‘천안함은 선체 자체 외의 문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개입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북한 소행’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국내 언론들이 미 당국자들의 말 중에서 특정 부분만을 떼어내 자의적으로 해석해 확대보도한 탓이 커 보인다. 캠벨 차관보도 26일 컨퍼런스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여부와 관련된 물음에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의 공식반응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북한 소행이란 암시를 이용하는 미국의 속내는?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미국 입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신중한 자세 그대로”라며 “다만 초기에는 한국 정부가 앞서 나갈까봐 걱정하는 분위기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캠벨 차관보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읽힌다”고 전했다. 이 기회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자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태도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이 변한 게 없다”며 “예단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천안함 침몰로 인해 한국 정부 안에서 ‘6자회담 재개 불가’ 주장이 흘러나오는 데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으로 북한이 복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6자회담 재개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천안함 침몰 사고 후 독도함에 미군병사들이 승선해 있었고, 주미 대사와 미군 사령관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면 전쟁 중인 위험한 곳에 대통령의 대리인인 대사가 갈 이유가 없다. 이는 키리졸브ㆍ독수리훈련 중 미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발생했다는 증거다. 미국대사가 한국 함정에 승선한 것은 전례가 없거니와 미군이 같이 있었다는 것은 더욱 의아하다. 이 문제부터 해명하는 게 천안함 의혹을 푸는 순서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