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보복전이 아니라 명확한 진상조사가 우선
천안함 침몰사고의 뒷수습에 매진하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29일 희생 장병 영결식을 치르면서 ‘보복의지’를 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책임 규명이 필요한데 뜬금없이 보복의지를 드러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던, 좌초되어 침몰한 것이던 해군 수뇌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공격을 당했다면 첨단 장비로 무장한 경계망이 엉성하다는 증거고, 좌초되었다면 평소 함정에 대한 정비와 운항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
▲ 천안함 장병 영결식에서 ‘보복의지’를 밝힌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복하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술수’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이날 오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장병 영결식’에서 장의위원장 자격으로 고인이 된 후배들의 영정 앞에서 읽은 추도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떤 국가의 수중무기로 추정되는 외부 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당한 이후 군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이처럼 강한 ‘보복의지’가 튀어나온 것은 김 총장의 발언이 처음이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군 수뇌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유가족, 후배 장병들 앞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진 것인데 남북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해군참모총장이 공개적인 영결식에서 ‘보복을 하겠다’는 말은 상부와 조율이 없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다. 조율을 하지 않았다면 돌출행동이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자신을 비롯한 해군 수뇌부들이 져야 할 책임문제를 의식한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4월 29일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천안함 46용사 합동안장식’에서 최원일 함장과 생존 장병들이 영현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김 총장의 이런 발언은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해군의 작전개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NLL을 지키는 해군 장병들의 ‘정신무장의 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소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3월26일 백령도에서의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우리는 이를 결코 용서할 수 없으며 용서해서도 안 되며 잊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남북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한나라당은 안보장사를 열심히 할 것이 뻔하다. 북한의 공격을 감지하지 못한 첨단 장비라는 해군의 군함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조사단의 1차 발표는 ‘어뢰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납득할만한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망신만 당한다. 군대 기피한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자들이 무슨 말을 할지 걱정이다. 억울하게 죽은 젊은 넋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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