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로 무장한 한미연합 작전 망이 뚫린 것인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사고 직후인 2010년 3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3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이지스함 두 척과 한국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최영함, 윤영하함 등이 서해상에서 합동훈련 중이었다.”는 말을 했다. 천안함은 3월 26일 밤 9시 좀 지나 문제의 사고를 당했다. 김무성 의원은 미국과 한국 이지스함 들이 바로 문제의 해역에 있었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해상, 즉 인근 해역엔 포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써놨듯이 세종대왕함은 최대 1054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항공기나 미사일도 찾아내고 900개의 목표물을 동시 추적할 수 있다. 일본 위키피디아는 미국 이지스함은 이런 한국 이지스함이나 일본 이지스함이 갖추고 있지 않은 다른 첨단 장비를 더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세종대왕함은 항공기나 미사일만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고 물밑의 적, 언제 이지스함을 공격해서 침몰시킬지 모를 바다 밑 적의 비밀병기를 탐지해서 대처하는 첨단 장비도 당연히 갖추고 있다.
문제의 그 인근 해역에 이지스함이 여러 척 있었다고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NLL을 넘어 남하하는 건 자동 포착된다는 보장은 없다. 세상에 완벽한 게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이쪽이 강하면 그에 대응하는 저쪽 대처도 그만큼 교묘하고 강해지는 게 당연하고, 세상에는 실수하는 때도 있지만 정말 이런 우연이 있나 싶은 뜻밖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누구 말마따나 이지스함이 대잠용으로 최적화돼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이지스함뿐만 아니라 첨단장비를 갖춘 다른 많은 함정도 문제의 해역 또는 그 인근해역에 포진해 있었다. 더욱이 그들이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북의 대남침투 가능성이 훨씬 더 낮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성공할 확률 역시 그만큼 더 낮아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필 그런 시기에 엄청난 군사ㆍ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성공 가능성도 극히 희박한 모험을 왜 감행하려 했을까?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자본도 반대하는 헛발 짓
물론 이것 역시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가 그럴 수 있겠나. 그럼에도 추론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세상사는 오로지 우연의 연속일 뿐이다. 상대의 다음 행동을 점쳐볼 수 있는 것은, 장기간의 관찰이건 합리적 분석이건 그것을 통해 일정한 행위나 방식을 끌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북한이 특이한 곳이라 남쪽 논리나 상식에 의존해서 추론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의 여러 변화를 종합해볼 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창발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아니라 군사정권 시절의 남북대결체제로의 단순한 회귀에 가까워 보인다. 민족에 대한 극단의 거부감 내지 무관심은 한미일 공조 따위의 주변 대국 의존적인 체질로의 회귀와 맞물려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일 동맹체제의 동아시아 물적 토대인 일본경제권으로 편입을 완료하고 전작권 회수 반대 움직임에서 보듯 미일 동맹체제의 군사적 최전방기지로서의 역할을 되살리려 한다.
그리하여 북쪽 동족과의 대결과 대립을 항구화하고 북쪽을 또 다른 대립진영의 전선 기지국가로 향하게 함으로써 거기서 얻는 몇 가지 반사적 이익을 우리가 장차 살길이라고 착각한다면, 그게 또 당장은 편한 길일 것이다. 떡고물도 많이 떨어질 것이고. 하지만 거기엔 아무런 새로움도 창의성도 출구도 없다. 늘 해오던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기대를 할 만한 게 전혀 없다. 문제는 재벌조차 그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해결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관건
어쨌든 천안함 사건은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에, 남북 간 긴장이 집결된 해역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 이제 함수 함미 다 건져 올렸으니, 모든 게 시원히 밝혀져야 한다. 함장을 비롯한 함정 지휘관 등 생존자의 자유롭고 충분한 증언, 그날 그 순간의 교신기록 공개, 아직도 군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사건현장 영상기록 공개 등이다. 그 몇 가지만 제대로 공개돼도 의혹은 대부분 제거 될 텐데 왜 공개하지 않을까?
군사기밀이란 대한민국 군과 국민을 지킬 기밀이 아니라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기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지스함이 대규모 합동훈련에 기동할 때 단독항행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위도 상 38선 이북의 초긴장 해역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이었다면 이지스함 인근 해역 수면 아래에는 첨단 잠수함 여러 척이 포진하며 수면 위는 물론이요 공중과 교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북한 잠수함 또는 잠수정이 중어뢰 발사하고 도주한 것에 대해 까막눈이었다면, 도대체 합동군사훈련은 왜 하는지, 북한군이 그토록 우수한 건지 더 근본적인 회의를 해볼 수밖에 없다. 합동조사단의 1차 발표처럼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면 북한 어뢰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외국의 전문가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그냥 언론에 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이 전국에 깔린 호락한 세월이 아니란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더욱 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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