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방송토론 없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민주당이 이달 6일 일반 시민들에 대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한명숙ㆍ이계안 두 예비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실시하기로 30일 결정했다. 남의 집 일을 뭐라 하긴 그렇지만 지금 민주당이 하는 꼴을 보면 정말 민주개혁 세력이 맞는지 의문이다. 이런 정신으로 무슨 ‘민주연합’을 말하는지 그들의 뇌 구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들 앞에서 방송토론을 하면서 지방 선거의 가장 큰 흥행인 서울시장에 어떤 정책을 가지고 출마하려는지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차 버린 셈이다.
이계안 후보 쪽은 그동안 “텔레비전 토론 없는 여론조사 경선은 못 받아들인다.”며 당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탈당 또는 무소속 출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이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 경선일이 확정된 뒤 이미경 사무총장을 만나 거듭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쪽은 1일 긴급 선거대책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뒤,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헌명숙 대세론을 말하지만 자신이 없다는 걸 드러낸 것이다.
이계안 후보의 지적처럼 ‘한명숙 후보는 검찰이 전국적인 거물로 키워 준 것’인데 왜 텔레비전 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내부 교통정리조차 민주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민주개혁 세력’이 연대해 이명박 정권을 심판 하려는지 진실성이 전혀 없다. 한명숙 후보가 TV토론을 안 하는 것은 ‘방송 토론도 하고 경선을 하자’는 이 후보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얻을 자와 잃을 자가 명백하니 2006년 강금실 후보처럼 되는 게 두려워서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 때도 이계안 후보의 제안으로 경선하고 TV토론 했는데, 제 지지율은 급등하고 강금실 후보는 얻은 게 없었다. 방송토론을 안 하겠다는 것은 원칙에도 어긋나고 전략적으로도 실수다. 전략공천이란 가장 비민주적인 처사로 한 마디로 꼼수에 불과하다. TV토론은 민주당끼리 토론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알리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바람’ 불기만 바라고 있는데, 한명숙 무죄나 노무현 1주기 바람만 가지고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유훈정치에 목을 거는 게 민주개혁 세력인가?
그런 바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정책이 있어야 하고, 그 정책을 널리 알려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대세론이나 바람론을 많이 겪었다. 이인제 대세론이 노무현에게 깨졌다. 노무현은 이인제와는 다른 후보였다. 노무현 정신을 말하며 친노의 대표 격인 한명숙 후보는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모진 찬바람을 맞는 그 앞에 내가 서겠다. 여러분과 함께 할 테니 도와 달라”고 한 한명숙 후보는 과연 이토록 내부 경선조차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이계안 씨가 민주당 후보 된다고 ‘노풍’이 비켜가지도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아무리 노무현 개인과의 인간관계가 적은 후보라 해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공당인 민주당의 후보가 된다면 역시 ‘노풍’을 받게 돼 있다. 한명숙은 ‘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지 말고 당당하게 ‘공개방송 토론하자’고 나서는 게 판을 키우는 것 아닌가? 흥행을 키워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깨는 민주당을 보면 정권을 빼앗기고도 남는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선 없이 전남북도지사 후보를 공천한 바 있어 서울시장 후보 경선마저 파행을 빚을 경우 당 지도부의 선거 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래서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말하고, 민주주의라면 당연히 밟아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인 경선조차 거부하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처신이다. 이것이 과연 ‘노무현의 정신’인가? 자신 없으면 애당초 나서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과 한명숙은 이미 자살 골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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