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유시민과 노회찬에게 훈수하는 진보 목사들

녹색세상 2010. 4. 26. 21:23

지방선거에 훈수 두는 종로5가 마피아 목사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진영 후보 단일화’가 연일 화제로 떠오른다. ‘민주진영이 뭉쳐야 한나라당을 심판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급기야는 종로 5가 마피아의 대부인 김상근 목사가 경기지사 예비후보 중 지명도가 높은 국참당의 유시민 후보에게 “자신을 비우고 단일화에 매진하라”고 노골적인 간섭을 했다. 현실 정치인에게 ‘서로 양보해 합일점을 찾자’는 게 아니라 ‘자신을 버리라’고 하니 한 마디로 어이상실이다.

 

▲ 한명숙 전 총리가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나오는 장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옆(가장 왼쪽)이 ‘종로5가 마피아’라 부르는 기독교정치의 대부인 김상근 목사.

 

진정성이 있다면 그 말을 한명숙 예비후보에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시민에게만 한 것은 일방적인 민주당 지지일 뿐 민주연합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진영 단일화는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한다. 무려 23년이 넘었으니 이미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낡은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나타나는 귀신이라 지겹다. 이른바 ‘시민사회’ 원로들은 민주당이 약세일 때 마다 ‘단일화’를 들고 나왔다. 이회창 당선 저지 때도 그랬고,  이명박 당선 후 18대 총선 때도 오직 ‘민주진영 단일화’였다.



정치권에 몸 담지 않고 있는 분들이기에 진정성을 인정하지만 지난 10년 장관급 예우를 받는 정부기관 ‘위원장’ 자리 꿰 찼던 목사들이 훈수를 두니 역겹다. 성공회 신부(목사)로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이재정 같은 사람도 있고, 민주당에 수시로 수혈해 주다 적당한 감투를 쓴 김상근 목사와, 지난 18대 총선 때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이 비실거릴 때 구원 투수로 등장해 반짝하다 사라진 오충일 목사 같은 사람도 있다.


바지사장보다 못한 얼굴마담들의 바뀐 훈수


엄밀히 말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던 그들이 지금 와서 ‘민주진영’을 들먹일 때는 철면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충일 목사를 비롯한 일부 명망가들이 ‘민주당일병 구하기’에 나섰다가 참패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정치를 아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쌓아 온 명성을 허문다’고 말렸지만 그들은 오직 ‘민주진영 구하기’에 몰입했다. 바지사장 보다 더 못한 얼굴마담인 그들이 견디기에는 녹록한 곳이 아닌 정치판에 기반이 없는 명망가들이 오래가지 못함은 자명하다.

 


재미언론인이자 신학자인 김민웅 박사는 목사답지 않게 해박한 지식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을 쓰곤 했다. 신학박사에다 정치학 박사까지 취득했으니 학문적인 열정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인교회 목회를 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기고한 글을 보면 ‘목사 냄새’ 나지 않아 그 내공에 찬사를 보낸 적이 많다. 그러나 그의 글 속에 대중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먹물 특유의 느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우인 김민석이 ‘최연소 정치철새’로 나설 때 본격적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진보정당에 얼씬도 않던 그가 진보정당 기관지에 기고를 하더니 훈수가 잦아졌다. 무릇 사랑한다면 아무리 핏줄이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편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지혜를 가진 사람의 자세이다. 김민웅도 사람이라 그런지 아우인 김민석의 서울시장 출마 때는 아무 소리 않다가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정몽준과의 단일화’ 주장에는 맞장구를 쳤다.


느닷없이 바뀌는 훈수꾼 목사들의 이야기


이를 두고 ‘가제는 게 편’이란 말을 떠 올리는가 보다. 그 때까지 김민웅 목사의 글 어디에도 ‘진보정치’란 낱말을 본 기억이 없다. 동생의 주장에 동조를 하면서 ‘이회창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글은 여러 번 봤으나 우리사회 앞날을 위해 ‘진보정치에 투자하자’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김민석은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접고 발 빠른 정치행보를 시작해 정치에 관한한 ‘동물적 감각’을 타고 났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김민웅 박사를 보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향한 비판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귀국 후 민주노동당의 기관지에 기고하면서 ‘진보정치’로 화두가 바뀌었다. 느닷없이 ‘진보진영 단결’로 말이 바뀌었다. 그리고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묵묵부답이다. “아우 일에는 가만있던 김민웅도 나선다”는 진중권의 말을 굳이 인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야권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김상근 목사가 유시민에게 ‘서로 합일점을 찾자’는 게 아니라 ‘자신을 버리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건 협상의 중재자가 아니라 일방적인 민주당 후보 지지다. 성직자라 불리는 사람답게 화해를 시키고 잘못을 지적하려면 자신에게는 한 없이 엄격해야 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워야 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곳부터 먼저 꾸지람하는 게 순서 아닌가? 기독교운동의 한 축을 이루었던 진보목사라 자처하는 ‘종로5가 마피아’들은 순서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 10년 한 자리 하면서 온갖 극진한 대접 다 받은 그들이 ‘아, 옛날이여’를 외치며 나타나 훈수 두는 게 꼴불견이다.

 


간섭이 아닌 성직자가 설 곳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역할은 게을리 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밤 놔라 대추 놔라 시시콜콜 간섭하는지 모를 일이다. 종로5가 기독교운동 진영을 바탕으로 한 자리 했으면 지난 날을 돌아보고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김상근 목사가 함께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꽃다운 20대 청춘을 바쳐가며 피눈물로 싸운 KTX여승무원들의 아픔에 오충일 목사가 연대했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 이랜드 회장인 박성수 장로의 횡포에 여성노동자들이 저항할 때 같이 했다는 말은 못 들었다.


“뜨내기(노숙인)와 홀로 된 여성들을 돌보라”고 예언자들을 통해 하느님이 명령하신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민주연합에 일조 하려면 먼저 공평해야 한다. 민주당에게도 싫은 소리 하고, 노회찬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해야 ‘사심이 없다’고 신뢰받는다. 무려 40억을 초과한 ‘유시민 펀드’의 실체를 인정하고 협상 당사자들끼리 상처받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유시민은 그 나름의 지분이 있고, 진보신당의 가치 역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성인군자가 아닌 정치인에게 ‘모든 것을 버리라’고 하는 것은 중재가 아닌 협박이다. 김상근 목사와 김민웅 목사의 말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자신부터 먼저 비워야 한다. 그러지 않고 설교하던 습성으로 지도나 하려는 특유의 버릇을 버리지 않으면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정치 감각이 뛰어나고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해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린 노회찬 같은 사람을 가벼이 보다간 일회용으로 마감한 오충일 목사 꼴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