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발악하는 산골에서

녹색세상 2010. 3. 19. 14:32

 

아침에 눈을 뜨니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는 봄을 그렇게 시샘하려는지 모를 일이다. 때가 되면 자신의 자리는 내어 놓고 떠나는 게 자연의 순리이건만 산골의 꽃샘추위는 눈발까지 덤으로 보태준다. 기상이변이 갈수록 심각하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수시로 비가 오고 눈이 내려 밭이 질퍽하니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없는 농심은 타 들어간다. 이렇게 날씨 때문에 일이 밀리다 보면 나중에 겹쳐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 막걸리 병에 막걸리와 벌레가 좋아하는 것을 넣어 유인해 술에 취해 잡는 방법으로 벌레를 퇴치하고 있다.


지금 있는 이 곳은 군위군 소보면인데 면소재지에서 무려 8킬로미터나 떨어져있다. 군위읍까지 가려면 7킬로미터를 더 가야한다. 자전거로 면소재지에 사러 나갔다 오면 물경 16킬로미터를 밟아야 한다. 하체 단련 하나 만은 확실하다. 유배지라 생각했던 성주는 여기 비하면 도심이나 마찬가지다. 자전거로 5분이면 어지간한 건 다 있는 농협유통점이 있어 수시로 사러 가곤했는데 여기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지 않으니 소득이 적어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런 대신 마을 사람들의 인심은 참 좋다. 밭 일 잠시 거들고 반찬꺼리도 얻어 오고, 익숙해지면 된장과 김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어설픈 반거충이 일꾼의 처지를 아는지라 ‘살살하라’며 걱정해 준다. 도시에서 요리사로 솜씨를 날리다 적성에 맞지 않아 고향으로 귀농한지 6년 되는 40대 중반의 신념있는 농사꾼이 있다. 유기농을 넘어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자기 철학의 뚜렷한 사람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으면 안 되는 관행농법에 의문을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물이 바뀌고 잠자리가 변해 변 보기가 불편했는데 마침 먹는 효소를 담아 놓은 게 있어 고맙게 얻어먹었다. 산야초효소가 아니라 반응이 좀 늦긴 했지만 몇 일 지나니 편하게 똥을 누고 수시로 방귀도 꾸는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효소를 다 먹었는데 오늘 대병짜리로 하나 더 얻었다. 없으니 염치불구하고 달라고 했다. 산골이라 나누어 먹는 인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살아갈 만 하다는 증거다.

 

▲ 작은 환풍기로 벌레가 생기면 등을 켜 벌레를 망으로 유인해 잡는 방법이다. 농약을 쳐 벌레를 죽이는 관행 농법과는 대조적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농민운동하는 어른들로부터 유기농업에 대해 귀동냥한 경험이 있다. 이젠 그것을 넘어 자연농법으로 발전할 정도로 달라졌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니 퇴비를 만들고, 천연약재를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간다. 사람 몸이 약 알칼리 상태가 건강하듯이 토양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영감을 주는 고마운 사람이라 틈만 나면 찾아가곤 한다.


사과 농사를 조금 하고 자두와 벼농사를 주로 하는데 모두 자연농법으로 한다. 6월 초순이면 자두를 수확하는데 보관에 문제가 있고,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제약이 있어 사과농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여름에 수확하는 양파도 자연농법으로 짓는데 밭에 가 보면 감촉이 다르다. 이 곳 소보면에서 딱 두 사람이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데 여간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벗들을 초대해 구경시켜 주고 싶다.


이렇게 정직하게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어나려면 그것을 인정해 주고 먹어주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가능하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우직하게 도전하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정직함이 결실을 맺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내 특기인 ‘유명 블로그’를 통해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 오늘 고맙게 얻은 효소는 쑥과 다른 풀이 섞인 것인데 야콘효소와는 다른 맛이다. 덕분에 시원하게 볼 일을 보며 지내게 되었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발악을 해도 오는 봄을 막을 재주는 없다. 이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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