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님, 2002년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출정식과 같았던 개혁당 발기인대회에서 눈물을 흘렸던 똑같은 장소를 택하셨더군요. 김대중 중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행동하는 양심이 돼라’며 마지막으로 연설한 바로 그 연단에 섰다고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결백을 주장하며 검찰에 출석할 때 입었던 자줏빛 상의도 다시 입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밝히셨다고요. 단단히 준비하셨겠지만 ‘이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시련을 뚫고 제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겠다. 6월2일 심판의 날, 맨 앞에 서겠다.”고 했으니 출정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봐야지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온 한명숙 님이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연 ‘한명숙,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 출판기념회에서 “서울시장 출마 뜻을 강력히 내비쳤다”고 언론이 보도한 걸 봤습니다. 이미 출사표를 던졌으니 당내 교통정리란 절차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두 분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내가 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이날 “두 분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내가 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며 “아직까지 견뎌야 할 시련과 사명이 나에게 남아있다면 받아들이겠다. 오늘 이 자리가 민주개혁진영 승리의 외침으로 이어지는 자리로 만들자”고 말씀하셨는데 민주주의자들의 껍데기 민주주의가 아니어야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민중들이 고픈 배를 움켜 쥔 엉터리 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민주정부인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이 무얼 남겼는가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에 심각한 빈부격차를 만든 장본인들 아닙니까?
그런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분에게 너무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것 같지만 한명숙 답지 않아 씁쓸합니다. 선대위원장으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검토되고 있으며, 선거 대변인은 임종석 전 의원이 맡을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으로선 서울시장 야권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고 있지만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여론의 부담을 어떻게 헤치고 가느냐란 과제를 안고 있지요. 김대중 정권 시절 교육부 장관 때 국립대 법인화를 들고 나온 이해찬 씨는 노무현 정권에서 같은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서울대법인화 특혜와 대학 등록금의 급격한 인상의 불을 지핀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 이해찬입니다. 고집이 센 정도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죠. 공무원 노조 관련자가 권영길 의원 사무실로 급히 피했을 때 “내가 정리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분명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병력을 투입시켜 끌어낸 당사자지요. 열흘 넘은 국회 본관 앞 단식 농성과 끈질긴 투쟁에 밀려 이해찬 씨가 마지 못해 사과한 걸 저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건널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과욕의 한명숙
이제 한명숙 님은 민주당 내의 절차만 남았을 뿐 건널 수 없는 루비콘강을 넘었습니다. 마치 2007년 대선 때 60대 중반의 권영길 의원이 삼수까지 하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과 같군요. 그 때 많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제 지인들이 “진보도 삼수까지 하느냐”며 “이는 결코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그렇지만 경선 절차를 밟았으니 다른 길이 없다”며 고개 숙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말 민주대연합을 원하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노무현 정권의 잘못을 반성부터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람에게 이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우리 사회 민주주의 완성을 진정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히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자들이 무슨 새로운 정치를 한단 말입니까? 박수를 받는 지금 퇴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사진:한겨레신문)
추 신: 오래도록 여성운동을 하신 분이니 노인복지관 상담실장 같은 걸 하면서 아픈 노인들과 함께 여생을 보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 봅니다. 유시민이 빼앗아간 어려운 노인들의 파스라도 사과하고 조용히 지내시는 게 지금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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