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채비…‘지방선거 승리가 탄압 뚫는 길’이라고?
일면식도 없는 제가 한명숙 님에게 또 글을 씁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무원ㆍ교사의 정치활동 의혹에 대해 중앙당사에서 항의 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을 찾아 지방선거 ‘연합정치’를 독려했는데 노무현 정권 때 공무원 노조를 탄압하고, 노조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고 이갑용 울산동구청장을 날려버린 건 기억하시는지요. 지금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을 지난 2대의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고 총리까지 역임한 분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인터넷신문을 통해 보니 한 전 총리는 민노당 강기갑 대표, 오병윤 사무총장 등을 만나 “민주주의 탄압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한명숙을 거쳐 민주노동당으로 왔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가 단결해서 지방선거를 승리하는 게 이 탄압을 뚫고 나가는 길”이라고 하셨지요. 단결이란 말이 백번 지당하지만 정당끼리 그렇게 하려면 최소한의 원칙과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습니다.
강기갑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탄압에 민노당이 최후의 방파제가 되겠다”고 하자 한 전 총리께서는 “저도 최전선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을 받으셨는데 민주당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요? 평화의 땅 평택에 계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도군단 예하 특수부대를 동원해 ‘여명의 황새울’ 작전을 하고, 국가의 명운이 걸린 한미FTA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찰 병력을 동원해 원천봉쇄하고 풍찬노숙까지 시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을 기억은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민주주의자들이 말하는 배고픈 민주주의는 멀리 가라.
노무현 정권 때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들의 파스까지 빼앗았고, 노동을 하다 다친 사람들을 현업에 복귀시키기 위해 만든 산재보험이 가장 악독하게 개악했습니다. 김대중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방용석이 이사장을 하면서 적극 나섰습니다. 강제 종결은 부지기수라 아픈 몸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산재환자들이 급증했습니다. 법정에서 증거 자료로 채택하는 3차 진료기관의 의학 소견마저 무시하고 불승인이 남발되었습니다. 저 역시 같은 고통을 직접 겪었기에 잘 압니다. 이게 민주의자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탄압의 부메랑은 자신들에게 갈 것”이라며 “어떻게 이룩한 민주주의인가? 거기에 대한 희망과 신념을 버리지 말고 해 나가자.”고 독려하셨는데 민주주의자들이 집권한 지난 10년 간 실질적인 민주주의인 경제 민주주의는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빈부격차가 가장 심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는지요? 배고픈 민주주의자들의 민주주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오병윤 사무총장도 “수도권이 초미의 관심”이라며 “수도권 승리를 위해 모든 당들이 소탐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적극 호응하며 민주대연합에 거들었더군요. 오병윤 총장이 말하는 소탐의 실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서울을 민주당에 양보하고 울산에서 양보를 받겠다”는 거래가 아닌지 모르겠군요. 민주당이 지난 10년 저지른 잘못을 모르지 않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다니, 명색이 진보정당의 사무총장이란 양반이 큰 실수를 했더군요.
“정치는 정권 잡는 것이 목표”라며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에 연대연합이 이뤄진다면 민주진영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민주진영의 목표가 민중들의 삶을 해결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혹여 민주연합을 하면 서울시정부 구성과 관련해 다른 당에 내 놓을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큰 인심 쓴다면 정무부시장 자리 정도는 고려해 볼 수 있을지 모르나, 부시장이란 자리가 생색내기용인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지요.
이제 말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출마 여부는 당사자의 몫이니 남이 뭐라 해서는 안 되지요. 그렇지만 지난 정권 10년의 실책을 반성하고 왜 정권을 빼앗겼는가를 안다면 조용히 계시는 게 좋습니다.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에 다가가는 중요한 자리임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한창 일할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시고 지켜보는 게 더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한명숙이란 배우가 박수를 받는 지금이야 말로 그 시기입니다. 후진들에게 물려주고 아름답게 퇴장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추 신: 김대중 정권 당시 이해찬 씨가 교육부 장관을 할 때 국립대법인화 문제를 들고 나왔고, 노무현 정권 때 유시민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 하면서 의료상업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한전민영화를 비롯한 모든 공공부문의 민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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