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푸른 여신 김연아의 눈물에 피눈물이 나는 것은?

녹색세상 2010. 2. 26. 19:12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인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 ‘피겨여왕’ 김연아는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연아는 26일(한국시간) 우승 직후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 준비했던 걸 다 보여드려 기쁘고 내게도 이런 날이 왔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면서 감격스러워했다. 딸 같은 김연아가 땀 흘린 노력의 대가이니 축하할 일이건만 미리 걱정이 앞선다.

 


선수들이 개인의 생활마저 뒤로 하고 갖은 고생을 다해 딴 고귀하기 그지없는 결실을 청와대 이동관이란 자는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성과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공을 돌려 빈축을 샀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인 지난 22일 서면 평가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2년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되찾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거의 30여년 만”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문화계엄사령관인 유인촌은 ‘대통령의 덕분’이라며 노골적으로 찬양을 해대었다. 동계올림픽 역시 개 거품을 물며 ‘명비어천가’를 얼마나 불러댈지 피눈물이 난다.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끝난 뒤 눈물을 훔친 이유에 대해 김연아는 “많은 선수들이 경기 후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난 오늘 경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울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너무 기뻤고 모든 게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느낌 그대로를 밝혔다.

 

▲ 사진은 ‘내 앨범속의 대통령’ 사진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조정환 씨의 작품으로 이 대통령이 잠수함 통로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군대도 안 가고 도피한 인간이 저러니 더 웃긴다. (사진: 한겨레신문)


이런 여린 선수들을 얼마나 악용하며 세종시를 빌미로 개헌의 꼼수를 덮으려 할지 정말 걱정을 넘어 피눈물을 흘릴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항상 옆에서 지켜본 어머니 박미희 씨와 한국에서 온 아버지 김현석 씨가 객석이 아닌 복도에서 경기를 관전했다고 하자 김연아는 “올림픽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 그동안 아빠가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보셨는데 오늘 직접 관전하신 자리에서 좋은 일을 해내 기쁘다. 부모님께 너무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진솔한 말인가?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악용해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니 열 받지 않을 국민이 없다. 야당의 한 대변인은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마저 이명박 정부의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수석의 자화자찬, 아전인수식 주장에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명비어천가가 얼마나 판을 치며 드러난 문제를 덮는데 악용될지 걱정이다. 그래서 김연아의 눈물 뒤에 국민들이 흘릴 피눈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