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대학 등록금이 싸다’는 고려대 총장 ‘이기수 망언’

녹색세상 2010. 1. 28. 19:15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에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에 대해 ‘아주 싼 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지난 27일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된 이 총장은 mb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망발을 늘어 놓았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등록금이 아주 싼 편’이라며 최근 등록금 인상을 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록금 상한제’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 오마이뉴스 최재인 기자


네티즌들은 이 총장의 발언을 빗대 이른바 ‘이기수 망언’이라고 부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도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이기수 총장 의 ‘등록금이 싼 편이라는 말의 근거를 신뢰할 만한 국제통계, 정부통계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발언의 객관적 근거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학부모와 학생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학총장이란 자가 세상물정을 얼마나 모르면 이런 망언을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 총장의 이러한 발언이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궁금하다. 북서유럽이나 동남아 일부 국가조차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교육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라는 인식조차 없음을 보여주었다. 일단 이 총장이 말하는 ‘교육의 질’이란 부분은 당장 수치화하기 힘드니 우선 논란에서 제외하자. 수치화가 가능한 돈을 가지고 분석해 보자.


지난해 9월, 그러니까 불과 4개월 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 OECD 교육지표'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총 36개국(OECD회원국 30, 비회원국 6)을 대상으로 2007년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조사한 총 25개 교육지표를 4개 부문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각 부문은 ▲교육기관의 성과 및 학습효과 ▲교육에 투자된 재정ㆍ인적 자원 ▲교육기회에의 접근ㆍ참여ㆍ발달 ▲학습 환경 및 학교 조직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OECD 기준, 우리나라 등록금 세계 2위


그런데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부모의 공교육비 부담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위 <도표>에서 알 수 있듯 2007년 기준 우리나라 국공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4717달러로 5666달러인 미국에 이어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비쌌다. 사립대 역시 8519달러로 미국(2만 517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를 차지한 호주(7902달러)와는 600달러 이상 차이가 났다.


OECD 교육지표는 실질 구매력을 고려해 미국 달러로 환산한 지수(구매력지수, PPP)로 나타내며 2006년 기준 PPP환율은 1달러 당 760.67원이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도 등록금이 비싸긴 마찬가지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3% 수준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학부모가 내는 민간부문 부담률은 2.9%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인 0.8%와 비교해 봐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학교육에서의 민간 부담 비율은 1.9%로 OECD 회원국 평균(0.5%)의 4배에 달했다. 자료발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고등교육 단계에서 민간 부담률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다른 회원국에 견줘 사립학교가 많고 등록금도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러한 자료가 불과 4개월 전에 발표됐는데 불구하고 이기수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을 ‘아주 싼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장이 ‘교육의 질에 비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러한 교육의 질 역시 OECD 국가들에 비해 특별히 높은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이 총장의 주장대로 만약 현재 우리 대학등록금이 ‘싼 편’이라면 도대체 앞으로는 얼마의 등록금을 내야 ‘비싼 편’이 될까?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올리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저렇게 자율권만 외치고 있으니 매년 물가상승률의 2~3배쯤은 올려줘야 성에 찰 것 같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3.16%였으니 앞으로는 매년 등록금을 10%씩은 올려줘야 하나?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백만 원 가까운 돈을 매년 올려줘야만 각 대학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트9 인용)


※ 참고로 지난해 각 대학이 공개한 등록금 통계를 보면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은 의학계열 676만원, 예체능 462만원, 공학 437만원, 자연과학 434만원, 인문사회 363만 원 수준이다. 그리고 사립대의 경우 의대 1005만원, 예체능 842만원, 공학 834만원, 자연과학 771만원, 인문사회 643만 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