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관심이 많아 우연히 김광수 소장님을 알게 되었지요. 무엇보다 진보정당에 한 다리 걸치고 있는지라 우리 사회의 경제 모순을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적은 연구 인력으로 뛰어난 성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 눈 여겨 보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발전소를 민간에 매각하려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몇 쪽 보고서에 중단하고 자회사로 놔두었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고, 그 뒤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이 2009년 12월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개세미나에서 ‘2010년 경제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요즘 지역 모임을 만드는 것을 보니 정치로 나설 의향이 많은 것 같더군요. 정당을 기존 보수 정당처럼 뚝딱 만드는 게 아니라면 장기간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고, 기득권 집단이나 공안기관의 탄압에 맞서려면 오랜 세월 훈련된 조직 구성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감히 드립니다. 몇 일전 ‘현실에 좌절하는 20대 대학생들에게 고함’이라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보고 제 생각을 적고자 합니다. 아무리 함께 해야 할 동반자들이지만 ‘어른아이’로 전락한 20대를 바라보면 저 역시 갑갑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랍니다.
지금의 20대를 만든 건 기성세대의 책임
기고하신 글 중 몇 가지 정치와 관련한 내용을 짚고자 합니다. 경제 분야의 전문가이니 제가 배울 점이 더 많아 감히 훈수를 두는 건 예의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밑천이 짧기도 하고요. 대학생들의 강연에서 “왜 75퍼센트나 되는 자식세대가 부모세대 가운데 5퍼센트도 채 안 되는 소수 기득권 세력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내맡기며 휘둘리고 있느냐”고 하셨는데 저 역시 공감합니다. ‘어른아이’에 ‘애늙은이’까지 되어 버린 20대를 바라보면 갓 50대에 들어선 제가 더 갑갑합니다.
예전 군사독재 정권 시절 대학생들은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면 ‘우리가 보호해 드려야 한다’며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고 경찰의 폭력 앞에 맞섰습니다. 지금과 시대배경이 다르기에 단순히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의 20대들이 이렇게 된 것은 과보호로 키운 기성세대들의 전적인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찍 차로 학교에 모셔다 주고, 심야에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 모시고 오는 생활을 한 그들을 나무랄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 시절의 20대들은 힘이 있으니 어른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 어른들이 ‘누구야’라며 이름을 막 부르지 않고 ‘윤 선생’이라며 성인 대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대학생들이 귀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요.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예전처럼 등록금을 자기 손으로 내 보길 했나, 입학 문제도 정보 관리에 철저한 어머니들에 의존하도록 되어 있으니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스스로 고민하며 판단하거나 결정해 본 경험이 전혀 없지요.
이런 20대를 갑갑해 하는 저에게 조카뻘 되는 청년이 “꼰대가 아닌 어른이 되려면 이해부터 해야 합니다”며 ‘88만원 세대’를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어지간한 책은 두 번 이상 잘 보지 않는데 그 책은 5번이나 읽었습니다. 그제야 ‘조금 이해간다’는 느낌이 들어 이젠 어지간하면 ‘성장 배경과 환경이 만든 불운한 세대’라는 생각에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내 자식만은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수 없이 하곤 하는데 수시로 흔들릴 때가 많답니다.
치열한 투쟁이 없으면 자본과 권력의 양보는 절대 없다.
그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양보해 세상이 바뀐 적이 없었다는 건 역사의 상식입니다.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이 겨우 서른이 넘을 정도로 신흥 자본가들은 착취만 해대었습니다. 숙련이 될 만하면 죽자 위기의식을 느낀 자본가들과 치열하게 저항했던 노동자들 때문에 오늘의 8시간 노동이 정착되었습니다. 건강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욕구에 의해 주거 환경도 깨끗하게 바뀌었지요.
그런 것처럼 지금의 20대들 역시 스스로가 직접 나서서 저비용 고효율의 대학교육 제도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직접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직접 나서서 소수 기득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정치판 물갈이를 하면 간단하게 끝난다” 말에도 수긍을 하고요. 유럽을 휩쓴 68혁명이 바로 그런 예이지요. 그렇지만 그 혁명이 오늘처럼 된 것은 대학생들이 아니라 ‘대학평준화’를 들고 일어난 10대들이었습니다.
대학복지를 들먹이며 대학생들이 타협하려 하자 ‘안 된다’며 코 앞에 다가올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한 10대 청소년들이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을 주장하며 관철시켰습니다. 김광수 소장님의 말처럼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역사적인 사례지요. 그런 구체제의 전복 경험과 혁명을 통해 요구를 관철시킨 전례가 있는 그들은 지금도 자본과 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두려워 하기는 커녕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과 자신의 논리를 배우며 10대를 보낸 대학생들과 문제풀이 기능만 익힌 우리 대학생들의 경쟁력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이 사실을 권력과 자본은 알면서도 자신들이 주장해 관철 시킨 것을 부정하기 어려워 바꾸지 못하고 있을 뿐임을 김광수 소장님이 잘 아실 줄 압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한국사회가 성인이 된 대학생들을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로 취급한다는 것은 한국경제 전체가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권력과의 치열한 투쟁은 결코 시대착오적인 게 아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생을 포함하여 40대의 자식세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력화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 소장님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에 들어와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은 자식세대 중심의 세대교체를 통해 자식세대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임의 장”이라면서 말이죠.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패기를 가지고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에 참여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 촛불 대신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트를 치며 투쟁의 수위를 국제화 시켜야 한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2009년 ‘6.10항쟁 집회’ 때 연설하는 모습.
그러면서 “예전처럼 길거리에 나가서 데모할 필요도 없고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은 이미 변했다. 무작정 시대착오적인 이념이나 기득권을 앞세워서 데모하고 머리띠 두르고 나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며 국민들이 예전처럼 대학생들의 데모나 투쟁을 지지를 해줄 리도 만무하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처럼 두려워하거나 겁먹을 필요도 없다. 형식적으로는 이미 한국사회도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고 하셨는데 과연 그런가요?
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아무리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는 역주행을 한다고 해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용산 살인진압 사건을 보고도 ‘투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이제 촛불이 아닌 짱돌을 들고 새총으로라도 무장하고 싸우지 않으면 민중들은 착취당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치열한 투쟁을 통하지 않고 세상이 바뀐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권 교체와 세상이 바뀌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에 이 문제만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진보정당이 아닌 친 자본 정당
지금 이명박 정권은 세종시 문제를 빌미로 개헌이란 꼼수를 통해 장기집권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는 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압니다. 지금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OECD가입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게 그 증거임을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님을 제 눈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동절기에 지급하는 기초생활권자들의 난방비 3만원 조차 잘라 먹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내는 가난한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말미에 “그렇다고 민주당 등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 역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이미 지난 90년대 초 민주화 정권 출범 이후 이들 진보정당이 두 번이나 집권을 했음에도 대학 등록금은 계속 올랐으며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졌지 않았습니까? 부동산투기 역시 이들 진보정권 때에 극성을 부렸습니다.”고 하셨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바로 여기 있는데 국립대 법인화는 김대중 정권 때 나왔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취임 직후 인수위 보고서와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같이 두고 볼 정도로 친 재벌 정책의 단추를 끼운 보수정권입니다.
“진보 정당의 무능함에 대해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정도로 이미 충분히 무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지 않습니까?”는 말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한 번도 일할 기회가 없었는데 ‘무능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 같군요. 일할 기회라도 줘 보고 최소한 원내교섭 단체 정도는 만들어 주고 나서 평가를 할 문제 아닌가요? 일도 시켜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재단 해 버리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헌신으로 견뎌온 진보정당에게 기회를 주라.
지금의 진보정당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박봉을 받으며 온갖 일을 다 덮어 쓰는 당의 상근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상근한지 몇 년이 되면 안식월이라도 주는 시민단체의 이야기는 상상도 못합니다. 언젠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한 상근자가 ‘지난 3년 간 책 한 권도 못 읽었다’는 글을 보고 수긍이 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봐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처한 현실입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시는데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정치판이 그리 녹록치 않기도 하거니와 자칫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모든 성과물조차 까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음 번 총선과 대선에서 자식세대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통해 기존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해가면 된다. 절대로 어려운 일도 아니며 힘든 일도 아니다”는 말이 맞지만 정치란 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게 저희들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민주노동당 시절 국회의원 10명이 되었을 때 ‘정말 일 제대로 해 보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라고 자신이 발의한 법안 회담에 배석조차 시켜주지 않을 정도로 거대 정당의 횡포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한미FTA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들어갈 권리와 의무가 있건만, 경찰을 동원해 틀어막고 노숙시켰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야비한 공안탄압도 워낙 많아 그만하겠습니다. 잠시 한다는 게 길어지고 말았군요.
정치에 뛰어드시는 걸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좋은 연구 성과물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경제 수준을 높이는 일에 매진하셨으면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수 많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이루어지듯이 정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정해 놓고도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차선책을 선택했다가 온갖 비난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개인이 정치를 하는 게 아닌 정당 결성은 재고해 보시란 말로 마치겠습니다. (대구에서 새총을 드는 50대 초반의 한 늙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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