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경찰의 과잉충성과 영장 발부한 판사는?

녹색세상 2010. 2. 7. 20:34

‘공무원법 위반 수사하겠다’며 투표내용까지 뒤지는 무능한 경찰


무능한 경찰이 과잉충성을 하다 기어코 사고를 쳤다. 그것도 검찰의 지휘를 받아 합법의 이름을 빌렸으니 무식의 극치다. 애초 법관이 정당의 전산망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을 일이다. 그렇지만 법원은 정당의 당원 명부와 선거 기록 등이 담겨 있는 자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고 말았다. 검찰 공안부의 요청에 따른 것임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주인인 민주노동당에는 통보하지 않고 업체에만 알린 것이다.

 

▲ 7일 오전 민주노동당 누리집 서버가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케이티(KT) 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나온 영등포경찰서 수사관들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노동당 의원ㆍ당직자들이 한데 엉켜 심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 진보정치 제공)

 

이는 명백한 불법으로 ‘절차를 밟지 않은 공무집행 방해는 위법이 아니다’는 대법원의 판례와 정반대다. 영장에 당사자인 ‘민주노동당과 변호인의 입회 하에 실시하라’며 법원은 애매하게 단서를 달아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비겁한 처사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야권에선 이번 수사가 정당에 대한 수사로 번진 데 대해 깊은 유감과 강한 의구심을 드러낸다. 특히 당 운영의 ‘속살’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서버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권 “경찰 과잉수사로 정당 민주주의 파괴”


검사 출신인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당은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곳인데, 이 정당의 서버를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파괴”라며 “경찰 주장대로라면 한나라당 등 다른 모든 정당도 불법 정당 가입 여부를 수사해야 형평의 원칙에 맞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 점에서 민노당 수사는 완전히 기획ㆍ편파 수사”라고 말했다. 합법을 빙자한 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정원이 민감한 국정현안에 개입하고, 경찰은 공안기획 수사를 하는 등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정희 의원은 “이번 압수수색은, 이전에 경찰이 정당 가입자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불법 수사를 저지른 데 대한 알리바이 성격이 짙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여서 수사 근거자료로도 쓸 수 없게 되자 다시 압수수색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번 수사는 국가공무원법을 어긴 공무원을 수사하는 것일 뿐 민노당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속 보이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해킹 뒤 ‘알리바이 압수수색’ 의혹…경찰은 ‘적법 수사’라고 강변


또 이번 압수수색 등은 모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한 것일 뿐이라며 표적ㆍ과잉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며 영장은 법원으로 화살을 돌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한겨레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민노당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해 민노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송금한 공무원을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권 남용 등 정치적 발언에는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말해봐야 본전도 못 찾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당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입당 여부 등을 추적했다’는 민노당 쪽 주장에 대해선 “당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민노당 서버에 접속한 뒤 특정인의 당 가입 여부를 확인한 것은 판사에게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검증영장을 집행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해 해킹 사실을 시인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일개 경찰서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무리 공안정국이라 해도 정당에 대한 탄압을 서장이 판단해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영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기획수사를 하다 물증이 나오지 않자 ‘속 살림’을 알 수 있는 전산망에 접근한 것이다. 경찰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않는다. 영장 발부 자체가 상식 이하지만 ‘당자자와 변호인의 입회 하에 실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정면으로 어겼다. 경찰의 관련 책임자와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를 지휘한 검사를 처벌해야 한다. 정권을 향한 과잉충성이 저지른 헌정 사상 초유의 무식한 대형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