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상회담 발언 축소ㆍ왜곡 후폭풍 자초
언론이 청와대의 ‘마사지’ 논쟁에 주목하고 있다. 언뜻 보면 청와대가 마사지 업소인 것처럼 듣기는 말로 보이지만 청와대 홍보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다. 마사지 논란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발언에서 비롯됐다. 아마도 대통령이 현대건설 근무 시절 태국에서 마사지를 많이 받은 것이 뇌리에 박혀 부지불식간에 튀어 나온 말인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다는 홍보수석이 기자들 앞에서 감히 꺼낼 수 없는 이야기다.
▲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대통령입이라고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이명박의 신임이 두터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 연합뉴스)
이동관 수석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 발언은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최근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 축소ㆍ왜곡 논란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동관 수석의 마사지 발언은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연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 같다’고 발언했는데, 김은혜 대변인은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발언으로 축소ㆍ왜곡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동관 수석 ‘마사지’ 발언은 비판 자초
책임지고 사퇴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동관 수석이 언급한 ‘마사지’는 대통령 발언이 논란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홍보수석실에서 적당하게 손을 봤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다. 청와대는 “일을 하다 빚어진 실수로 이해하고 양해해 달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발언을 했는데 청와대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실 차원에서 임의대로 첨삭하는 행위는 홍보의 영역을 넘어선 ‘조작’ ‘왜곡’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청와대가 마사지 전문업소인가? 청와대 홍보라인은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에서 맘대로 손봐도 된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BBC를 시청한 영국 국민은 다 아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한국 국민은 엉뚱한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BS가 BBC에서 받은 인터뷰 영상을 푸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발언 왜곡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동관 수석이 말한 ‘마사지’의 실체는 감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을 필요에 따라 부풀리고 감췄던 사례가 더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논란이 발생하자 청와대 대변인 거취 문제가 쟁점이 됐지만, 특정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경향신문은 2일자 ‘결코 실수로 양해하고 넘어갈 사건이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이번 일을 결코 어쩌다가 발생한 우스꽝스러운 일이거나 개인의 실수로 일어난 돌발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것은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고 그럼으로써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후진적 언론관”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1일자 ‘회견내용 변조, 청와대의 잘못된 언론관 때문이다’라는 사설에서 “언론과 여론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빗나간 생각이 청와대에 팽배한 탓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라고 주장했다. 명색이 대통령의 입 노릇을 한다는 자들이 뱉어낸 말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세치 혀를 조심해야 하건만 마구 내뱉는 대통령을 닮아서 그런지, 아니면 홍보수석이 마사지를 수시로 받아서인지 해대는 꼴이 가관이다. (미디어오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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