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수익사업 하면 좋겠다’는 삽질 대통령
말 함부로 하기로 이명박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벌어진 입이라고 나오는 대로 지껄이기로 워낙 유명해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기에 ‘혀 끝에 정 있다’는 말도 있지만 ‘혀 밑에 도끼있다’며 세치 혀를 조심하라고 조상들은 강조하셨다. 아니라 다를까 이명박 대통령은 든든 학자금(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 첫날인 2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학자금대출사업 위탁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해 시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말 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 대통령은 콜센터와 상담창구를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한 뒤 잠시 ‘일일상담원’을 했으며 곧 이어 현장에 있던 학생과 학부모, 대학총장, 재단 임직원 등 2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한국 학부모들은 가난하지만 아이들 공부만은 시키겠다고 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면서 “유대인들도 교육을 철저히 시키지만 우리만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발전은 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이어 대학등록금 인하에 대해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말해 많은 국민들을 웃게 하는 수고도 했다. 이화여대 송한나 학생(문헌정보학과2)으로부터 “등록금이 비싸다. 대통령께서 선거 나오기 전에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등록금 반값 부담 얘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이어지는 말이 더 가관이다. 2008년 9월 “정치적으로 공약이 많이 나왔었지만, 내 자신이 반값으로 공약을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값 등록금 공약도 뒤집는 뻔뻔한 이명박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배석했던 이경숙 이사장이 “제가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등록금 반이 아니고 가계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거였다. 등록금 액수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등록금 싸면 좋겠지. 그런데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했다. 이 말은 “우리나라처럼 등록금이 싼 데가 없다”고 한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의 최근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이 생길 때 갚게 하는 것은 잘못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생긴다고 일부 사람은 말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 사람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면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신뢰와 신용을 쌓아야 우리가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이까지는 들어줄 만하다. 다음을 보자. 특히 “든든학자금 예산이 8∼9조원 정도로 많이 든다. 이런 결심은 굉장히 힘들다”면서 “하지만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국가장래를 위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밝혔다.
4대강정비라면서 삽질에 수십조원의 돈 쓰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간담회 도중 ‘대학 수익사업’ 문제를 꺼내 또 사고를 치셨다. 송종호 충남대 총장이 “등록금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고 대학들의 노력으로 학생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하자 “앞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도 수익사업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며 “외국은 대학이 호텔, 슈퍼마켓도 하지 않나? ”라고 말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대학이 돈 벌이에 본격적으로 나서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도가 그칠 줄 알았는데 거기에 한 술 더 뜨셨다. “외국은 졸업하면 기부금 많이 하지 않나? 나도 많이 한 사람 중 하나다”라며 “나도 봉급생활자이지만 대학에 기부를 많이 했다. 순수 봉급자로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낸 사람으로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자화자찬에 정신을 못 차렸다. 등록금이 싸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에 이어 ‘대학이 돈 벌이 하라’는 말까지 이명박의 이런 막말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정말 속 터진다.
“작년에는 전임 대통령을 보냈지만 올해는 대통령을 보내는 해”로 만들지 않으면 국민들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지금 대학이 등록금으로 장사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돈 벌이를 하라는 막말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지 열 불 난다. 등록금이 무료나 마찬가지인 프랑스와 무상인 독일의 교육 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 올해는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 사는 이명박’을 시원하게 보내도록 하자. 헛소리 듣고 살려니 뚜껑 열려 미칠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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