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쇳물 다루는 포스코 12시간 근무 무리”…생명 위협

녹색세상 2010. 2. 1. 06:01

‘포스코 교대제 전환실험’에 현장직원들 걱정

‘지금도 야근조 8시간 일하면 파김치


“다른 곳은 몰라도 뜨거운 쇳물과 무거운 철강을 다루는 포스코는 12시간 근무가 무리다. 지금도 야근조 8시간을 일하면 파김치가 된다. 앞으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직원들의 사기와 품질이 떨어질 것이다.”

 

 

포스코의 4조2교대 전환에 대해 걱정하는 현장 직원들이 회사 인터넷 게시판인 ‘포스비’에 올린 글이다. 김진일 포항제철소장은 지난 26일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충분한 공감대 형성, 직원들에 의한 시범공장 선정 및 시행, 시범운용 결과를 검토한 뒤 전면시행 시기 결정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현장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직원들의 이견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포항제철소의 한 직원은 31일 “공장 동료들이 겉으론 말을 안 하지만, 우려와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현장 직원들은 무엇보다 12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 누적을 걱정한다. 평균 연령이 40대 후반이다 보니, 갑작스런 생활 패턴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있는 듯하다. 아이디가 ‘별님’인 직원은 “현 4조3교대에서는 야근조 투입 전에 초저녁에 미리 조금이라도 잠을 자둘 수 있지만 4조2교대는 힘들다”며 “운동ㆍ식사도 규칙적으로 하기 어려워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회사에서는 현 4조3교대에 비해 근무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설비자동화, 로봇화, 업무혁신, 인력증원의 개선책을 약속했지만 직원들은 반신반의한다. 일부의 우려에는 4조2교대에 대한 이해부족도 작용한다. 게시판에는 ‘휴일에는 각종 학습·청소에 동원될 것’이라거나, ‘4조2교대는 노동자를 기계화하는 제도로, 국내외에서 이미 실패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신 작동 모델 자문을 하는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는 “지금까지 4조2교대를 시행한 유한킴벌리, 삼정피앤에이와 선진국 기업들의 성과만 봐도 우려의 상당부분은 풀릴 ”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쇳물을 만지는 작업장의 특수성을 얼마나 고려한지가 문제다. 지금도 안전사고가 빈번한데 사람의 생명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노사간 신뢰ㆍ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학습을 통한 혁신은 직원의 자발성과 창조성이 꼭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우려와 불만의 바탕에는 포스코의 군대식 문화와 통제식 노무관리의 문제가 깔려 있다며, 21세기 지식기반경제를 맞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노조가 유명무실하고 근로자 대표기구인 노경협의회도 자주적인 조직이 아니라 한계가 있어 직원의 자발적 기운을 끌어내는 구심점이 약하다는 것이다. 갈수록 자본의 노동 수탈은 극심해져만 간다. 무엇보다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