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거품 빠지는 송도신도시는 두바이와 같은 신기루였나?

녹색세상 2009. 12. 11. 08:48

‘커낼워크’ 입주율 2% 불과…전셋값 곤두박질

‘더샾상가’웃돈 커녕 분양가 절반 급매물 나와

주변 환경 더디게 형성 ‘사기분양 수준’ 줄 소송


‘부동산 로또’로 불리던 인천 송도신도시에 부동산 거품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사 놓으면 무조건 가격이 오른다는 입소문에 상가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은 분양 때마다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정작 입주시점에 이르자 이득은커녕 분양가도 못 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송도에서 주상복합시설 분양에 따른 프리미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말 총 445세대의 커낼워크 오피스텔을 분양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분양 당시 최고 경쟁률은 100대 1을 훌쩍 넘어설 만큼 치열했다. 하지만 올해 10월30일 입주를 시작한 이후 단 11세대만 입주했다. 입주율은 2%에도 못 미친다. 전세값도 곤두박질쳤다. 일반적으로 전세 가격은 분양이 완료된 시점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분양가의 50%대 선에서 적정 거래 가격대를 이룬다. 커낼워크 오피스텔 132㎡평형의 경우 분양가는 3억6000만 원~3억7000만 원이다.


예상대로라면 전세가는 1억7000원선에서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세가는 4500만 원 수준이다. 월세 가격은 500만 원에 35만 원대의 물건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커낼워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주변 여건 때문이다. 분양 당시 포스코건설은 커낼워크 주변에 국제학교, 외국인병원 등이 들어서 최고의 주거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그러나 입주가 시작된 지금 커낼워크 주변은 공사장뿐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주변여건, 전용면적 등이 분양 모집 당시 설명과 너무 달라 사기분양 수준”이라며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로 집 값 하락 소문 때문에 하자보수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상가 불법분양 논란을 빚은 송도 더샾퍼스트월드 상가 역시 프리미엄(웃돈)은커녕 분양가에도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상가는 2005년 분양 당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도 현재까지 입주율은 30%가 채 안 된다. 상가 활성화가 안 되자 가격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억 원까지 올랐던 프리미엄은 사라진 지 오래고, 4~6억 원 분양가에도 거래가 없다. 손해가 예상되자 분양가의 50% 수준의 급매물도 등장하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분양에 뛰어든 상가 소유주들은 더 큰 손해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계약해지를 선택하고 있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임에도 허가 없이 매매 계약을 체결해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21일 계약 무효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이 상가는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상인들은 더샾 주상복합상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게 상가 활성화 대책 마련과 중도금 무이자 기간 연장, 공실 상가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294개 상가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유동인구가 있어야 하지만 송도신도시는 아직까지는 베드타운 성격이 짙다”며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활성화가 되지 않을 게 뻔히 예상됐음에도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분양에만 급급했던 시공사가 서민의 경제적 손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커낼워크나 더샾은 송도에서 거품이 빠지는 신호탄이며 해를 거듭할수록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주변 환경은 예상보다 더디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의 한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붐이 일기 시작했던 6년 전과 현재의 송도는 상황이 다르다”며 “상가 외에 내년 아파트 공급 물량만 수천 세대에 이르러 더 이상 투자 가치로 송도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막에 삽질만 해대어 무너지기 시작한 두바이의 신기루처럼 갯벌을 메워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고 파괴해 가면서까지 지은 송도 신도시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이제 남은 것은 환상을 갖고 투기에 뛰어든 사람들과 포스코를 비롯한 건설사의 사기 분양 후폭풍뿐이다. (경향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