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한나라당 차명진 ‘세종시는 흉물덩어리’…충청민 분노

녹색세상 2009. 12. 6. 18:43

“공무원들이 국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행정 비효율이라면 국회를 지방으로 옮기면 되겠다. 의원들 지역구 관리하느라 애먹지 않나. 충청권이면 모든 지역 2시간 내에 갈 수 있다.” (진영은 연기군의회 의장)


“평소에 행정복합도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차명진 의원의 발언, 언론 통해 잘 보고 있다. 일단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충청인들은 차 의원 덕분에 열 받아서 난방비가 안 든다. 아주 경제적으로 이익인 것 같다. 오늘 차 의원 발언 끝까지 경청한 것은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다. 고맙게 생각하라.” (이충렬 공주시의원, 범공주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

 

▲ 12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성헌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종시, 무엇이 해법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충남 공주 지역주민들이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치고 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종시 토론회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충청도민 간에 험악한 설전이 벌어졌다. 충청도민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이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토론자로 나선 그는 “나는 행정도시 백지화를 가장 강하게,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이라며 꿋꿋한 소신을 내세웠지만 공주ㆍ연기 주민들의 원성만 더 높이 샀다.


“국가균형발전이라면 꼭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충청권에 세워질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편 신도철(숙명여대) 교수에게도 비아냥이 쏟아졌다. 충청권의 한 주민은 “당신이 교수 맞느냐, 학생들에게 양심에 맞게 가르치라”는 호통을 퍼부었다. 세종시 수정에 반발해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사퇴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150여명 공주ㆍ연기 주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성헌 의원과 국회의원들이 몇 번씩 자제를 요청했지만 주민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흥분한 주민들은 벌떡 일어나 차 의원 등을 향해 삿대질을 했고, 토론회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흉물덩어리는 바꾸는 게 현명”…“행복도시가 왜 흉물이냐?”


‘친이 직계’인 차 의원은 본격적인 발표 전부터 지역민들을 자극했다. 자신에 앞서 토론자로 나선 신 교수가 세종시 원안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뒤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을 목격한 차 의원은 “논의를 진행하던 중에 어떤 말을 해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이쁘게 봐 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청석 곳곳에서 “들을 필요 없다. 당장 나가라”는 고성이 터졌다. 하지만 그는 “백지화, 수정론자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니깐 이렇게 반박할 필요가 있구나 하는 생각 차원에서 제 얘기도 잘 들어둘 필요가 있다”며 방청객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펴 나갔다.

 

▲ 참여연대ㆍ환경운동연합ㆍ여성단체연합 등 전국의 200여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행정도시 백지화저지 전국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12월 1일 충남 연기 행정도시건설청 앞에서 행정도시 정상 건설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차 의원의 주장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수도를 둘로 쪼개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기능을 장기적으로 마비시키는 처사”, “정치권이 입법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맞지만 미래 세대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 세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론을 옹호했다. 지난 1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는 ‘현명한 일’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물론 민심은 천심이다. 그래서 4년마다 선거가 있고 역대 지도자들이 약속을 바꾸는 것이다. 지도자들이 당리·당략, 개인 이해에 따라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국가를 위해 필요하고 개인 이해에 손상이 있을지라도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헌법도 7번이나 바꿨다. 헌법 만들 때 만고불변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시대와 민심이 바뀌면서 헌법도 바뀐다. ‘흉물덩어리’를 만들어 후대에게 치욕을 넘겨주느니 지금 따가운 비판을 받으면서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한다.”며 자신의 똥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흉물덩어리’라는 차 의원의 발언은 또 한 번 충청도민의 감정을 자극했다. 한 방청객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왜 흉물덩어리냐’라고 고함을 질렀다.


세종시법 통과시킨 한나라당 책임은? ‘의회주의 지키다보니.....’


세종시를 ‘흉물덩어리’로 표현한 차 의원은 세종시법에 동의한 한나라당의 책임은 철저히 회피했다. ‘의회주의 발전을 위해 표결에 승복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당 내 다수 의원들과 지도부는 행정도시 반대했다. 그런데 왜 표결에서 찬성했냐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당시 지도부가 다수결의 원칙에 승복한 것이다. 미디어법 관련해 국회에서 엄청난 폭력사태가 있었던 것 알지 않나? 당시 지도부도 본회의장 점거하고 끝까지 반대할 수도 있었지만 민주주의 원칙에 의거, 표결에 승복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논란과정에서 이런 점이 되새겨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과 북이 하나의 체제로 통일된다’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은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안겨준 환상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수도권 집중이 대한민국 고속성장의 비결”이라는 경제논리도 제시했다. 차 의원은 “대한민국이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도권 집중에 있다”며 “수도권의 밀집된 인구가 있었기 때문에 휴대폰, 텔레비전, 자동차, 인터넷 등의 신기술을 빨리 실험할 수 있었고 세계로 진출시킬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극심한 편중을 두둔하는 궤변을 뱉어 놓았다.


특히 그는 과천을 예로 들며 “애초부터 행정복합중심도시로 자족기능이 있다는 말이 거짓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행정기관이 다 있지만 과천에 도움 안 된다. 과천의 주요 세수는 한국마사회의 경마장 수입이고 점심시간에 공무원들이 기관의 구내식당 이용해서 주변 식당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인민주의도 아니고 공무원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생활 근거지 다르기 때문에 공무원들 가지도 않고, 가봐야 조족지혈이다.”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또 “지역구인 부천시가 86만 명인데 백화점, 종합병원 유치가 안 된다”며 열을 올렸다.


분노한 주민들 ‘대통령도 안 지킨 약속, 내가 왜 지키나’


하지만 방청석의 반응은 싸늘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 60대 노인은 “세금이 아깝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도권 집중이 대한민국 고속성장 비결’이라는 차 의원의 주장이 나오자 함께 앉아 있던 토론자들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유선진당의 박상돈 의원은 “내 지역구인 천안시의 인구가 24만 명인데 두 개의 종합병원이 있고 하나 있는 백화점은 수요를 채우지 못해 하나 더 짓고 있다”며 “지역을 가꾸는 것은 인구수가 아닌 의지에 대한 문제”라고 핀잔을 줬다.


발제자인 육동일 충남대 교수도 “수도권 집중을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차 의원 생각은 우리나라 발전수준과 국민 인식 수준을 고려할 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토론회 끝부분 방청객 질의에 나선 진영은 연기군의회 의장은 ‘촌철살인’으로 차 의원을 비꼬기도 했다. 그는 “세종시 해법은 다른 것 없이 원안대로 추진하면 된다”며 장황하게 질문하던 도중 사회자인 이성헌 의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자 ‘대통령도 안 지킨 약속, 내가 왜 지키느냐’며 한마디 더 쏘아붙였다. 전과 14범 이명박과 그 졸개들이 늘어놓는 거짓말이 국민들을 더 열 받게 만든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