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생명을 죽인 시화호 삽질 현장에서

녹색세상 2009. 11. 22. 12:22

 

 

시화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태우 정권이 저지른 갯벌 파괴 현장입니다. 갯벌에서 사는 조개를 비롯한 많은 어패류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갯벌에서 몸으로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요. 방대한 조직 유지를 위해 농어촌진흥공사가 시화지구 대단위 간척 사업의 일환으로 1987년 4월부터 1994년 1월 24일까지 6년 반에 걸친 공사 끝에 시화방조제를 완공하면서 조성된 인공호수입니다. 방조제 건설에만 당시 금액으로 62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었습니다.


원래는 시화방조제를 건설하고 바닷물을 빼낸 뒤 담수호(淡水湖)로 만들어 인근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개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방조제 공사 이후부터 주변 공장의 하수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심각한 수질오염 문제가 나타나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수질 개선을 한답시고 엄청난 돈을 갖다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성된 지 3년도 못 되어 이른바 ‘죽음의 호수’로 바뀌어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불렸고, 개발 당시의 담수호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1995년에는 시화 간척지의 소금과 퇴적물이 바람에 날려 화성시와 안산시 대부도 일대의 포도 농작물이 해를 입었고, 이듬해 8월에는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였습니다. 또 1997년 3월부터 썩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시화방조제 배수갑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유입한 이래 1998년부터 매년 여름 간척지와 호수 접촉면의 해양생물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수질오염으로 인한 각종 폐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1998년 11월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를 사실상 포기하였습니다.


농림부도 시화호 물을 농업용수로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환경부에 공식 전달할 정도로 실패를 자인한 셈이죠. 분명 정책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판단 잘못이다’며 책임지는 인간이라곤 개미새끼 한 마리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2000년 2월에는 해양수산부 역시 시화호 및 인천 연안을 특별관리 시범해역으로 지정하였고, 정부는 2001년 2월 공식적으로 해수호로 인정했습니다. ‘특별관리 시범해역’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는 것임은 두말 할 나위없지요. 말이 거창해 ‘특별관리’지 갯벌을 틀어막아 바다 전체가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 무슨 큰 비밀이라도 있다고 접근 자체를 못하게 막아 놓았다. 공사비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생명이 살 수 없는 갯벌 매립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죽어가는 갯벌에다 매립을 해 공장을 짓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매립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돌과 흙은 산을 깎아야만 합니다. 환경파괴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권력과 재벌이 입만 열면 떠드는 경제적인 수치로 계산해도 갯벌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엄청납니다. 갯벌에서 벌어들이는 것은 한 두 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년 이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바다로 흘러나가는 수 많은 폐기물을 걸러주는 천연정화조입니다.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자연이 값없이 안겨 준 귀한 선물이죠.


갈수록 극심해지는 기상이변은 ‘환경파괴를 중단하라’는 자연의 몸부림이자 인간을 향한 준엄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11월에 눈발이 날리고 체감온도가 극심하게 떨어지는 일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이제 더 이상 삽질을 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온갖 핑계를 갖다 붙여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덮으려 하는 파렴치한 건설관료와 건설자본을 비롯한 건설마피아들이 해대고 있습니다. 삽질을 더 이상한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는 결코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내 배만 채우고 떡고물만 챙기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시화호 방조제를 넘어 대부도까지 가 보려다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보노라면 더 열 받을 것 같아 인천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한 동안 겁나게 불어대던 바람이 오늘따라 잔잔해 자전거 타고 달리기에 아주 편하고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평지를 바람의 방해가 없어 부지런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마치 시기하는 무리들 없이 가고 싶은 곳을 달려가는 심정이었습니다. 인천에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반가운 분들이 ‘같이 저녁을 하자’며 연락이 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재미 때문에 여행을 다니는 가 봅니다. (2009. 11. 20일 자전거 일주 29일째 안산 시화를 지나 인천에서)


추 신: 같이 이 땅의 하느님 나라 확장을 고민하는 ‘불거토피아’ 카페의 회원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장이 서울 여의도에 집이 연희동임에도 불구하고 인천 용현동까지 달려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신앙’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고민마저 통하지 않는 세상을 거역하는 순수하고 진실한 분들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