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롯데가 삽질하려는 인천 계양산에서

녹색세상 2009. 11. 22. 12:50

 

 

계양산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산은 토막난지 이미 오래다. 토막 낸 문학산의 흙과 돌은 인천 앞바다를 매립하는데 다 갖다 퍼부었다. 문학산은 산이 나지막해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아주 편하고 좋은 지형이다. 그 아름다운 곳을 잘라낸 게 미안한지 그 가운데에 ‘문학경기장’이랍시고 지어 놓고 온갖 생색은 다 내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문학산에 패트이러트미사일을 추가 설치하려고 한다. 지금 있는 것도 없애야 할 판에 걸프전에서 명중률이 엉터리란 것을 확인한 고물을 배치하려는 매국노들이 판을 치고 있다.

 

계양산은 인천의 허파라 부를 정도로 생태 보존이 잘 되어 있다. 그 곳에 롯데재벌의 신격호 회장이 골프장을 짓겠다고 온갖 짓을 다 해대고 있다. ‘인천의 허파’인 계양산을 지키려고 이 추운 날 주말에는 산 정상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계양산에는 희한하게도 광역시내 임에도 불구하고 금지되어 있는 축사가 있고, 온갖 짐승을 키우는 곳이 많다.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계양구청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냄새나고 지저분하게 방치를 해 ‘깨끗하고 깔끔하게 개발하라’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대도시에서 짐승을 키우고 온갖 무허가 비닐하우스가 판을 치는 곳은 처음 보았다. 인천 계양산은 앞산터널 반대 싸움을 하면서 알게 된 남다른 인연이 있는 곳이다. 앞산 달비골의 ‘나무 위 농성’도 계양산 나무 위 농성을 모방한 것이다. 마침 인천녹색연합에서 계양산 올레길을 매달 한 바퀴 돌면서 철따라 어떤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가를 보면서 생태지수를 높이는 자연체험학습 뒤풀이를 하는 날이었다. 그냥 있는 자연이 아름다우니 그대로 두고 같이 보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형특성인 ‘동고서저’ 현상 때문에 바다가 가까운 곳에는 큰 산이 별로 없다. 시간을 내어 가지 않으면 등산을 하기 힘든 곳이 인천이다. 그런 도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산을 갈아엎어 맹독성 농약이 코를 찌르는 골프장을 짓겠다고 하니 해도 해도 너무한 일 아닌가?  수백만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마지막 야심작이라며 기본적인 조사마저 조작해 가며 삽질을 해대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롯데재벌에게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할 계양구청이나 인천시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이는 구청이 세수확보라는 미명 하에 롯데재벌과 얼마나 끈끈하게 유착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냄새가 코를 찌르는 젖소를 보고도 방치할리 만무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안하무인격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증거다. 수도권에 이런 곳이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 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인천시 계양구의 행정은 21세기가 아닌 1970대 개발독재 시대로 되돌아 간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의 절반이 있는 수도권에다 민중운동의 뿌리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치밀하고 끈질기게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부럽기 그지없다. 그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그냥 물러날 수는 없다’며 몸부림치다 밀려난 대구의 앞산터널 반대 싸움과는 판이 다른 것 같다.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시민들의 목숨을 건드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자본의 행태가 언제나 사라질지 모르겠다. 삽질로 돈 버는 시대가 이미 끝났건만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는 무리들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2009. 11. 21일 자전거 일주 30일 째 인천에서)


추 신: 계양산을 찾아가는데도 진보신당의 당원들 도움이 많았습니다. 오늘도 승모근과 극상근이 짓눌리고, 명치 끝이 손가락만 닿아도 아플 정도로 속이 갑갑해 3일 째 치료를 받았습니다. 스트레스를 집중적으로 받을 때 나타나는데 외부적인 요인과 체질적인 원인이 겹쳐져 있다고 합니다. 몸 고생이야 작정한 것이니 얼마든지 할 용의가 있지만 마음 고생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든지 즐기면서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할 일을 엉뚱한 일 때문에 진이 빠져 속이 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