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죽어가는 앞산과 새만금을 보면서

녹색세상 2009. 10. 31. 11:46

 

앞산 달비골의 아름드리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가는 걸 보고 먼 길을 떠났습니다. 마치 내 몸의 한 쪽이 끊겨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파괴를 하는 것으로 밥벌이 한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산이 부른 기운이라 할까요. 이럴 때 저 같은 예수쟁이는 ‘하느님의 섭리’라는 말을 갖다 붙이기도 합니다. ‘삽질 대신 일 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를 시작하면서도 달비골의 죽어가는 뭇 생명들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삼천리강산 곳곳의 ‘삽질 현장을 돌아보고 와야 겠다’는 마음 하나로 길을 떠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냥 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 일부터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너무 따지는 인간이 이럴 땐 단순하기도 합니다. ^^ 곳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고생을 하는 등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습니다. 차로 다닐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 ‘사람이 못 다니는 길’을 보면서 더 놀라기도 했습니다. 확장한 모든 국도가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10년의 민주정부가 한 국토개발 계획이 얼마나 졸속이었는가를 직접  접하는 소중한 기회라 새로운 고민꺼리를 안겨줍니다.

 

대구의 앞산이 전국 곳곳에 있음을 보면서 더 큰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 곳곳에 토건공화국 다운 삽질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이 땅의 주인인 사람은 철저히 배제한 오로지 차만 달리는 길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경상도에서 한나라당이 마구 삽질한다면, 전라도에서는 민주당이 사정없이 삽질 해대는 걸 보면서 ‘같은 놈’이란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국토개발 계획에 대한 전면적임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말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장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전라도 곡창지대인 평야에 골프장이 하도 많아 피해지역을 가보려던 걸 취소할 정도입니다. 새만금이 있는 부안은 예전에 ‘돈 자랑하지 마라’고 할 정도로 갯벌과 인근 바다에서 많은 고기가 잡혔다고 합니다.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부안 읍내에 다방이 100여개가 넘었고, 술집은 늘렸는데 이젠 적막만 감도는 동네가 되고 말았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조개와 꼬막을 잡아 자식 공부 시키고 집 사고 했는데 이젠 그 생존의 터전을 빼앗겨 사람들이 떠난 적막한 곳으로 변했습니다. 새만금 바로 옆 변산해수욕장의 물이 달라졌으니 피해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지요.

 


‘변산해상국립공원’이 바로 옆에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산을 깎아 틀어막는 무식한 짓을 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식 이하의 짓을 민주정부란 정권이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게 더 화가 날 뿐입니다. ‘남들이 뭐라 욕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곳곳의 삽질 현장을 보면서 토건마피아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절실히 느낍니다. 길바닥에 똥물이 늘렸으면 아무리 조심해도 옷에 묻거나 냄새가 배이듯이 아무리 좋은 것 먹는 부자라 할지라도 결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지금의 북서유럽 사회는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선이지 자본이 착하고 선하기 때문이 아니란 건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재벌이나 민중들이 같이 살기 위해서라도 무분별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삽질을 해대는 토건마피아들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듭니다. 개발이란 이름의 새만금 삽질이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미친 짓이듯이, 순간의 편리를 위해 대구의 허파를 마구 파헤치는 앞산 터널 공사 역시 정신 나간 짓임에 분명합니다. 허파를 도려내지 못해 안달이 난 대구시와 태영건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냥 가다 보니 벌써 1,000킬로미터 넘게 달렸습니다. 아직 반도 돌지 않았는데 얼마나 더 많은 삽질 현장을 보게 될 지, 또 다른 대구의 앞산터널 공사를 얼마나 많이 볼지 걱정입니다. 새만금 쪽으로 가다 갑자기 노인이 뛰어드는 사고가 나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신종인플루엔자가 극성을 부린다는 소식에 걱정도 듭니다. 그렇지만 ‘삽질 대신 일 자리를 달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의 정성으로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달려 잘 보고 오겠습니다. (2009. 10. 31일 자전거 일주 17일째)


추 신: 주말에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져 추위에 대비한 준비도 하고 잠시 쉬고 있습니다. 챙겨 놓았음에도 빠트린 게 있어 부족한 걸 채우고 주치의사를 만나 건강검진도 받을 생각입니다. 전주로 돌아가서 군산을 지나 충남 서천―보령―서산―태안반도―당진으로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