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새만금에서

녹색세상 2009. 10. 28. 22:49

 

 

바닷가라 아침에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어제 저녁도 사 주고 잠자리도 챙겨 주신 한배근 부안위원장님이 아침을 같이 먹자고 전화가 왔더군요. 부안 핵폐기장 반대 싸움 때 진보정당에 입당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진 늦깎이지만 열정만은 끝내주는 의리의 사나이입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인심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아침까지 챙겨주며 새만금 가는 길을 지도를 보고 상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지난 민주정부가 만든 사상 최대의 삽질인 새만금으로 향했습니다.


오후에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오전에 돌지 않으면 힘들다고 부안의 기후특성도 알려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전라도 지역은 당원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삽질 현장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전화 청탁 한 마디에 필요한 곳을 일일이 알려주신 고승희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동지들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안개가 살짝 걷히기 시작하는 조금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새만금으로 달렸습니다. 경사기 심한 동해안과 평지라 이동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바다 바람을 맞고 자라 모든 농작물의 맛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조금 지나니 ‘초가지붕황토방’이 보여 잠시 내려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달리니 곳곳에 삽질 현장이 보입니다. ‘변산해상국립공원’이 있는 곳에 국도확장 공사를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변산반도 해안길은 연인들이 차로 돌기 좋은 곳인데 쌩쌩 달리도록 확장을 하니 정말 웃기는 삽질입니다. 더구나 확장한 국도는 변산해수욕장 외곽을 돌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건설자본의 배만 불리는 짓에 불과하지요.


굴곡이 심해 사고 위험이 있는 길을 바로잡고, 기존 도로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빨리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만 내고 있습니다. 지난 민주당 정권 10년이 한 국도확장 공사 방식이 모두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더 심하다는 걸 자전거로 다니면서 직접 느낍니다. 달리는데 노인 한 분이 돌아가려다 버스가 보이자 갑자기 뛰어들어 접촉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횡단보도가 아니니 피해자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한 동안 일어서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끙끙 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위에 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로 넘어진 것을 119를 부를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하더군요. 자전거보험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가 아프다고 하면 달리 방도가 없지요. 쉴만한 곳도 없어 잠시 후 새만금으로 향했습니다. 군산까지 이어질 정도로 대형 공사를 해 ‘민주당 최고의 삽질’이라는 혹평을 받는 곳이라 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현지에 도착하니 갯벌은 곳곳에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입니다. 갯벌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간 수십억원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데 생계터전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 틀어 막힌  갯벌에는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짓거리는 역사의 심판이 분명히 있지 않으면 이 땅의 정의는 바로설 수 없다.

 

새만금을 막은 후 인근 변산해수욕장의 물도 예전처럼 맑지 않고 흐려 이젠 찾는 사람이 확 줄었다고 합니다. 자전거로 다녀보니 차로 지나갈 때는 보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눈에 보이면 바로 내려 사진도 찍고, 특이한 것은 기록도 할 수 있어 자전거 여행이 아주 좋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변산반도를 다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으나 다음 일정이 때문에 방향을 돌렸습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삔 발목이 계속 시려 해수욕장 가까이 있는 한의원에 들렀습니다. 들어서자 한겨레신문과 진보단체에서 발행하는 신문이 보여 무척 반가웠습니다.


자전거로 다니는 이유를 설명하고 신문 이야기를 했더니 마치 동지를 만난 듯 원장님이 반가워하시더군요. 피곤했는지 치료받으면서 코를 곤다는 걸 느낄 정도였습니다. 코고는 소리 때문에 옆에서 고생하셨을 분들을 생각하니 부끄러웠지만 저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라 달리 방도가 없더군요. ‘삽질 대신 일 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를 잘 마치라며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진료비를 계산하려는데 그냥 가라며 ‘도울 일이 별로 없어 미안하다’며 근육 긴장을 푸는 약과 한방파스를 주셨습니다.

 

 

 

▲ 새만금을 틀어막아 바다를 죽여 놓은 자리에 생태체험장을 만든 엉터리 정책을 뭐라 설명할 지 의문이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딱 맞다.


곳곳에서 이명박 정권에 의해 도둑질 당한 민주주의를 되찾으려 갈망하는 분들이 많음을 느낍니다. 시골 농협에서 쉴 때 ‘4대강은 안 된다’는 어르신들이 참 많습니다. ‘대구에서 출발해 포항ㆍ경주를 지나 해안가를 돌고 있다’고 하면 전부 놀라면서 ‘고생한다’고 음료수를 권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이명박 정권의 삽질이 엉터리임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증거라 믿습니다. 삔 발목이 불편하지만 이런 분들 덕분에 기운이 솟아납니다. 원래는 김제로 가기로 했는데 다시 부안 읍내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어제 묵었던 숙소에 여장을 풀고 이발도 하며 휴식을 취합니다. 오늘도 통장을 정리해 보니 이름도 모르는 분들의 후원이 들어왔더군요. 이런 정성에 보답하는 길은 부지런히 ‘언론악법 철폐’와 ‘삽질을 중단하라’는 온 국민의 요구를 담고 달리는 것 뿐이라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삔 발목 때문에 당분간 일정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짐을 더 줄여 천천히 가도록 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 잠시 일정을 접고 조용한 곳에서 쉬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숙소에 도착해 주인의 양해를 얻어 빨래를 좀 돌리고 오늘의 숙제를 합니다. (2009. 10. 28일 자전거 일주 14일째 부안 새만금에서)


추 신: 격려 문자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에게 일일이 답신을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분들의 정성으로 저는 그냥 달릴 뿐입니다. 후원에 주신 분들은 주말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세탁기에 락스를 잘못 부어 옷이 탈색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