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전북도당 고승희 집행위원장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좋은 숙소를 안내 해 주셨습니다. 매일 해야 하는 숙제 때문에 피시방을 찾아 헤맸습니다. 이 나이에 피시방을 찾아 낯선 도시를 방황하는 재미도 괜찮더군요. 목욕을 하고 체중을 달아보니 자전거 일주를 시작하기 전 보다 무려 2.5킬로그램이 늘어 놀랐습니다. 남들은 고생해 살이 쑥 빠진 걸로 알 텐데 거꾸로 되었으니 난감하더군요. 허리띠는 그대로인데 몸무게가 늘어난 것은 모두가 단단하게 늘어난 허벅지 근육 탓이 아닌가 싶네요. 살이 찌면 배가 늘어나는데 그렇지 않으니 말이죠. ^^
전남 순천에서 받은 메실 효소를 다 먹어 효소 파는 생협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또 드렸더니 부안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전주생협을 알려주셨습니다. 이동을 하는데다 음식이 바뀌면서 불편해 질까봐 대비하는 것도 있고,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노폐물(?)을 확 빼버리자는 욕심도 있어 빠트리지 않고 먹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부안지역위원장님 전화번호도 알려주고, 전화까지 해 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삽질을 중단하라’는 염원과 ‘언론악법 철폐’의 목소리를 잘 내는 것으로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밀린 걸 하다 보니 조금 늦게 출발했습니다. 전북도청이 있는 곳은 신도시로 삽질이 한참이었습니다. 곳곳에 벼를 말리는 곳이 있는 걸 보니 농촌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들판에 들어선 것이라곤 멋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뿐이니 한심할 뿐입니다. 그래 놓고는 ‘지역개발’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으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죠. 소수의 땅 가진 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인데 개발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독재자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회복지 보다는 치적을 남기기 위해 길 내고 건물 짓는 것에 우리 사회가 오염되어 있습니다.
전주를 지나 김제에 들어서니 넓은 김제평야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쌀값이 폭락해 실컷 고생해 농사지은 분들의 보람이 없게 되었으니 참으로 갑갑합니다. 김제를 지나 부안 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들판 특유의 바람이 사정없이 가슴을 때립니다. 바람을 안고 가면 아무리 기운 좋은 사람이라 해도 자전거 타기에는 최악의 조건입니다. 평야 지대로 그리 가파른 언덕길은 없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부안을 그리 쉽게 들어가지 않게 하더군요. 중간에 쉬면서 안 먹던 새참을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해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먹는 걸 줄여 놓으니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해지는 걸 보니 소식에 적응이 된 것 모양입니다. 역시 사람은 평소대로 해야 된다는 게 맞는가 봅니다. 바람이 너무 강한데다 다리에 힘도 빠져 동진강을 넘기 전에 잠시 쉬었습니다. 휴게소에서 공짜로 쉴 수는 없으니 뭘 마실까 고민하다 물로 선택을 했습니다. 만조인지 강에 물이 가득하더군요. 쉬면서 부안 위원장께 전화를 했더니 ‘연락받았다’면서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바람의 동네’라는 부안답게 가는 길을 시샘이나 하듯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부는 바람만큼이나 다리에 힘은 빠져 지치기 딱 좋습니다. 부안은 새만금 말고도 핵폐기장 싸움을 치열하게 한 지역입니다.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을 방 불케 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살기 좋은 부안 땅에 핵쓰레기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싸우지 않을 사람이 없지요. 새만금을 막고 난 뒤 국립해상공원인 변산반도에는 물이 탁하기 그지없고, 예전이면 전어가 많이 잡힐 철인데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난 10년 ‘민주정부’가 저지른 최대의 삽질은 새만금을 찾아가 얼마나 썩어 들어가는지 현장을 확인하려 합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도 ‘경기 부양’이란 핑계로 건설자본에게 제동을 걸지 않았습니다. 절차상의 민주주의는 맛보았을지 모르나 모든 정책의 기본 기조는 결코 민중적이지 못했다는 증거가 부안의 핵폐기장과 새만금 방조제 공사입니다. 핵폐기장은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철회했으나 새만금의 뭇 생명들은 죽어나갔습니다. 권력과 자본이 야합해 만든 파렴치한 짓거리를 확인하러 갑니다. (2009. 10. 27일 자전거 일주 13일 째)
추 신: 내일은 새만금의 삽질 현장을 돌아보고 시간이 나면 김제를 지나 전주로 가서 짐을 찾아 주말 도착 예정지로 보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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