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11일째

녹색세상 2009. 10. 25. 21:21

어젯밤 한참을 헤맨 끝에 남원시 송동면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지리산 자락에 묵었으니 전북에서 가는 지리산은 어떤지 궁금해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내일부터 다시 움직여야 하니 늘어지게 푹 쉬었습니다. 밀린 빨래도 하고 보름 넘게 신어 땀과 온갖 먼지가 배인 등산화도 씻었습니다. 종일 하는 일 없이 쉬는 것도 괜찮더군요. 묵은 곳은 ‘지리산초록배움터’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며 대안에너지와 생태 체험을 하는 곳입니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온이 급상승해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대안을 찾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어렵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팽개쳐 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삽질을 멈추고 자연 파괴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죠. 새로운 연구를 민간에서 하기란 힘들기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함에도 미루기만 합니다. 국가 경영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력이나 지위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목적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늘어지게 쉬면서 고물 자전거 점검도 했습니다. 기름과 먼지가 범벅이 된 것을 닦고, 바퀴 바람이 적당한지 확인도 해 장거리 주행에 탈이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아무리 점검해도 쇳조각이나 병조각이 박히면 피할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점검하는 게 고생 덜 하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방법이죠. 벌써 780킬로미터를 넘게 달렸으니 고물 자전거가 몸살을 앓는 게 당연하리라 봅니다. 전국 일주를 마칠 때까지 부서지지 않고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 뿐입니다. 연일 장거리 주행으로 뭉쳐 있던 허벅지 근육도 조금은 풀려 내일부터 달리는데 지장 없을 것 같습니다.


내일 출발을 위해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아무리 줄여도 한계가 있군요. 짐만 적어면 자전거로 달리는데 큰 고생하지 않는데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도 심해 옷이 제법 차지합니다. 어지간하면 이틀은 입으려 했는데 땀을 많이 흘리니 매일 갈아입지 않을 도리가 없더군요. 거기에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기본 연장까지 챙겨야 하니 무게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곳 남원은 가을이 깊어갑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우리네 마음이 풍성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밤은 푹 쉬고 내일을 대비하려 합니다. (2009. 10. 25일 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