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일주 8일 째

녹색세상 2009. 10. 24. 03:11

 

 

보성 인근인 고흥 제석사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그것도 사천왕을 모신 곳이니 산사의 하루가 영광이지요. 주지 스님이 챙겨주는 아침 공양을 받았습니다. 아침을 먹고 산사에서 차를 같이 마시며 길 떠나는 객에게 고마운 말씀을 들려주시더군요. 모두가 하느님이 주신 귀한 인연이라 생각하며 고맙게 받았습니다. 이미 산사에는 단풍이 물들어가는 걸 보니 가을이 깊어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성군이 넓어 소재지인 보성읍까지 가는 길이 여간 멀지 않았습니다. 평야 지대라 자전거로 달리기 힘들지는 않지만 길이 머니 이것도 고민입니다. 이래저래 걱정꺼리 안고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인 것 같습니다.

 


보성읍 가까이 오니 ‘백범 김 구 선생 은거지’라는 안내판이 보여 방향을 돌렸습니다. 구한말 일제 침략이 시작될 무렵에 민비 시해 사건 때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몸을 피했던 곳인데 ‘백범일지’에서 본 기억이 나 찾아갔습니다. 당시 숨었던 집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숨겨 주었던 분의 후손이 계셔 얄팍하게 아는 것을 물어 보았습니다. 연세가 많아 귀가 어두운 할머니 방에 백범 선생님의 사진이 걸려 있는 걸 보니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곳을 떠나면서 ‘내가 살아 있으면 꼭 돌아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고 합니다. 해방 후 임시정부가 돌아 왔을 때 신세 진 곳을 찾아 다녔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추천서를 써주며 그 댁 자제 분의 일자리도 알아 봐 주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역시 비범한 인물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자전거로 삽질 현장을 다니는데 이런 유서 깊은 곳을 보니 영광이기도 하죠. 그 동네 분들 대부분이 ‘백범 김구’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을 보니 그 어른이 인물임에 분명한 가 봅니다.

 

 

 

 


보성읍에 도착해 다리를 치료했습니다. 연일 일정에 맞춘다고 무리하게 달렸더니 다리 근육이 풀리지 않고 굳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아마 당분간 매일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몸자보에 쓰인 글을 보더니 ‘고생한다’고 하니 오히려 기운이 솟아올랐습니다. 지나가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세심하게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보성에 온다면 이 한의원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성이 녹차 재배 지역이라 지나는 곳곳에 녹차와 관련한 안내판이 보입니다. 집단 재배는 돈 벌이 때문에 맹독성 농약을 친지 이미 오래지요. 차가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농약이 가득한 것을 먹으니 과연 효험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돈 벌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농민들의 심정을 모르지 않으나 마음을 맑게 하려고 마시는 차에 마저 약을 퍼부어 대는 현실이 너무 속상합니다. 그래서인지 ‘유기농 녹차 재배’라는 간판이 눈을 끕니다. 얼마나 농약을 많이 치기에 ‘유기농’이란 말을 붙여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10월 22일)


추 신: 중요한 회의가 있어 같이 하지 못해 아쉽다는 분들의 정성을 고맙게 받으며 목적지인 강진에 가지 못하고 장흥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몸이 너무 피로해 늦게 올립니다. 많은 민주시민들의 정성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의 정성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