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 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6일 째

녹색세상 2009. 10. 22. 14:28

 

미리 챙겨 놓은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데 유료도로인 ‘마창대교’가 건방지게 버티고 있다. 길을 다니는데 돈을 받는 천박한 사회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마창대교는 조류 흐름을 방해한다는 말도 들었다. 아무리 편리하고 빨리 가려는 세상이지만 바닷물의 흐름조차 방해한다면 마산 합포만은 썩은 물만 가득 찰 수 밖에 없다. 경남대학 쪽을 지나가야 하는데 아무리 기어를 약하게 변속하고 페달을 밟아도 숨만 허덕일 뿐 가지 않는다. 언덕을 넘어서니 내리막길이라 잠시 숨을 돌린다.

 


진동면 가까이 가서 경남도당 당원들이 하는 생태체험장에 들르기로 했으나 길이 어긋나 진주로 향했다. 부산에서 남해안을 통과하는 ‘2번국도’로 오르자 사상최대의 불청객인 바람이 사정없이 가슴을 때린다. 오르막길에 바람까지 맞으며 가니 더욱 고역이다. 부산에서 진해로 올 때 언덕 길 못지않다. 거기에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는 간담을 써늘하게 한다. 좀 쉬려도 해도 휴게소가 보이지 않고, 있는 휴게소 마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차가 쉬어 갈 곳도 없는 오로지 달리기만 하는 몰인정하기 그지없는 도로다. 이런 도로를 만든 지난 10년의 세월이 밉기만 하다.


곳곳에 산을 파헤치는 삽질은 산하를 갈아엎는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진주 시내로 들어서 잠시 쉴 겸 경상대학 부근의 죽집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2학년인 어린 딸을 붙들고 오로지 숫자 풀기 기능만 익히게 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내 속에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지 탐욕이 떠올랐다. 모습만 다를 뿐 자식이 원하지 않는 것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강요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나는 저렇게 하려는 욕심이 없는지 돌아본다. 몸자보에 쓰인 ‘언론악벌 철폐’와 삽질 대신 일 자리를‘이란 글자에 거부 반응을 느낀 탓인지 얼굴이 잔뜩 굳어 있다.

 


왜 우리 사회는 ‘아닌 것을 아니다’고 하는 사람에게 편견을 갖고 대하는지 모르겠다. 광양을 가려면 지나가야 하는 하동을 향해 부지런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하동군에 들어서자 국도가 확장된 게 아니라 좁은 예전 길 그대로다. 거기에다 고개를 두 번이나 넘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도중에 전조등이 다 되어 건전지를 갈아 끼웠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캄캄한 밤중에 초행 길에 전등 없이 가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하동역에서 광양행 기차를 탔다. 멀리서 손님이 온다고 숙소까지 잡아 주었고, 원칙도 중요하지만 성의를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잠시 편법을 썼다.


언론소비자주권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불랙홀 님의 가족들이 마중을 나오셨다. 숙소 잡아 놓은 신시가지까지 데려다 주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11시가 다 된 시간에 얼굴이라도 보자며 숙소로 블랙홀 님이 찾아 오셨다. 민주시민으로서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는 아버지의 고민이 역력했다.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 후원을 해 주시듯 곳곳에 작은 실천을 하는 민주시민들이 있기에 우린 절망이란 말을 결코 떠 올릴 수 없다. 좋은 곳에 숙소를 잡아 줘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광양의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간다. (10월 20일 광양 숙소에서)


추 신: 경남 하동을 지나면서 체력을 너무 소진해 전남 보성에서 점심 먹고 이제야 일일보고서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