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 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5일째

녹색세상 2009. 10. 19. 23:21

 

부산에서 주말을 푹 쉬었습니다. 숙소 인근에서 아침밥을 먹으려 아무리 찾아도 채소는 커녕 된장찌개 하는 식당도 아침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오직 ‘고기국밥집’ 뿐이었습니다. 몸에 좋지 않고 환경 파괴의 주범인 육식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건강살이’ 바람이 분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채식할 자유를 누리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난 고기 안 먹고 싶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요구가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 학교부지 부담금으로 무료급식 조례를 실시하라는 기자 회견을 마친 부산시당 김석준 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과 시의회 앞에서 기념사진 찰칵 ^^ 


짐을 미리 보낸 부산시당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몇 일 후 도착 예정지인 강진으로 택배를 부탁했습니다. 마침 ‘학교급식 조례 촉구’ 기자 회견이 있어 부산시청으로 당원들을 따라 갔습니다. 건설업자들로부터 학교부지 부담금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은 부산시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돈으로 ‘무료급식을 실시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간단한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세상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부산시당 당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목적지인 마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가 타이어 바람이 새 가까운 자전거점에 가서 ‘튜브 교체를 해 달라’고 하자 ‘우린 일반 자전거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싸구려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오만방자함에 화가 났지만 몸자보에 쓰인 글 때문에 표정관리 하며 ‘가까운 자전거점을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장거리 주행에 과적을 한 탓인지 자전거가 계속 몸살을 앓는군요. 한계 수위를 넘어간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 끝까지 견딜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냥 타고 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걱정꺼리만 하나 더 늘어납니다.

 

 


오늘 따라 바람이 많이 부는데 하필이면 안고 가니 페달 밟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부산에서 마산으로 이어지는 2번국도는 부산을 벗어나자마자 계속 오르막길뿐이니 얼마 못 가 지치고 맙니다. 진해시에 들어서 잠시 평지고 계속 오르막길이니 자전거 타기에 최악의 상황입니다. 아무리 밟아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빠져 죽을 맛입니다. 4차선이라 차가 쌩쌩 달리는데도 확장 공사를 하니 건설공화국의 삽질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마산ㆍ창원으로 빠져 나오는 길도 ‘자동차 전용도로’라 또 도로교통법을 어기고 달렸습니다.


이왕 반칙한 김에 마창대교를 넘어 마산으로 가려는데 ‘유료도로’라 진입이 불가능해 방향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창원에 계신 언소주 회원과 만나기로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마산으로 오는 바람에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해 마저 진 낯선 도시라 되돌아가는 길도 찾지 못하겠더군요. 대여섯 시간을 오르막길로만 온 탓에 허기져 밥 생각뿐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근처 피시방에서 ‘일일보고서’를 올립니다. 내일은 진주를 지나 경상도권 일주를 끝내고 전남 광양으로 향합니다. 전남당원들의 도움을 받아 삽질 현장을 돌아보려 합니다. (2009년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