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사람을 빼 버린 삽질 현장을 보면서

녹색세상 2009. 10. 18. 21:10

 

토요일 저녁 부산에 도착해 반가운 벗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금요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했다는 말에 ‘하루만 빨리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 들었습니다. 마침 불꽃축제가 있어 저녁 먹고 동백섬 뒤로 구경을 갔습니다. 그런데 바닷가를 마치 점령군처럼 가로막은 오만한 콘크리트 성냥곽이 버티고 있더군요. 고층에 면적도 넓은 ‘부산의 고급아파트 단지’라고 합니다. 일부 가진 자들이 아름다운 곳을 독식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갑갑합니다. 오직 자신들만의 왕국을 짓고 독차지 하겠다는 고약한 심보에 더 화가 납니다.

 

▲ 부산 앞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오만한 콘크리트 성냥곽,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겨야 할 권리를 빼앗아 버린 횡포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는 것은 당연하죠. 그런데 곳곳에서 약자를 사정없이 짓밟고 있습니다. 국토는 이미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어 버렸고, 경관이 좋은 곳은 부자들이 차지한지 이미 오래입니다. 고층이라 창문을 열 수 없어 청국장을 끓이거나 고기도 굽기 힘든 집에 갇혀 살면서도 목에 힘을 잔뜩 주는 꼴이 가히 가관입니다. 강풍 때문에 자연 환기를 못하니 강제 순환방식을 해 전기 사용량도 많습니다. 좀 더 적게 쓰고 작은 집에 사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때가 바로 코앞에 와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자본과 권력이 모를리 없건만 전혀 고민하지 않습니다.

 

 

일요일이라 해운대에는 청춘남녀들이 많이 보여 생동감이 넘칩니다. 늙다리들 보다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화려한 사치지요. 자전거로 포항을 지나 부산까지 왔다고 ‘저녁을 같이 하자’는 부경아고라 카페지기인 해방구 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산 지리를 모르는 저를 생각해 상세히 설명해 주시더군요. 일요일이라 푹 쉬는 날이지만 내일 일정을 감안해 자전거를 조금 밟았습니다. 대도시의 길은 지도를 봐도 헷갈리기 마련이죠. 몇 번 가본 길인 것 같아 이정표만 보고 사정없이 달렸습니다.


지난 번 회의 때 가본 곳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엉뚱한 지하철역을 알려주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자전거 여행이란 게 이리저리 길을 물어가는 재미도 있긴 하더군요. 부전역에서 해방구 님을 만나 사무실에서 잠시 쉬며 목을 축였습니다. ‘고생한다’고 같이 저녁먹자는 연락을 하시더군요.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 해도 아직 지역에는 이런 인심이 남아있지요. 결혼예식업을 하는 회원 한 분과 같이 자리를 했습니다. 이명박이 이런 민주시민들을 만나게 해 주니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편안히 자고 빡시게 달리라’고 조용한 숙소까지 잡아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오늘의 ‘일일보고서’를 작성하고 푹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