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김제평야에서

녹색세상 2009. 10. 29. 20:09

 

 

어제 부안에서 새만금으로 가다 갑자기 뛰어든 노인을 칠 뻔 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사람이 다치진 않았지만 자전거를 탄 채로 넘어진 탓에 우측 발목이 불편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아이들을 조심하고, 시골길을 갈 땐 노인들이 어디에서 튀어 나올지 모른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잠시 잊은 탓이었습니다. 오늘 오전 내내 부안은 보슬비가 내려 쉬려는 저를 더 쉬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휴식은 다음의 일을 위한 과정이니 즐겁게 맞이하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소처럼 일찍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보슬비 덕분에 늘어지게 쉬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손상되지는 않았다고 하니 안심이 됩니다. 장기간 자전거를 타 ‘허벅지 근육이 긴장되어 있는데 넘어지면서 놀라 생긴 증상’이라며 몇 일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전주로 오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고, 부안 특유의 바람을 피하려면 일단 벗어나야 할 것 같아 김제로 천천히 왔습니다. 오는 길에 보니 쌀값 폭락에도 불구하고 김제평야는 가을걷이로 바쁘더군요. 산이 많은 경상도지역과는 달리 평야지대라 바람이 세차 어려운 사람들이 겨울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유히 흐르는 동진강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저렇게 강물이 바다로 가듯이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제 시내로 들어와 전주 방향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이 ‘전원 유죄 선고’를 해 제 무덤을 파더니, 언론악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절차상의 하자는 있으니 법은 문제가 없다’는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를 두고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위조지폐라는 건 분명한데, 화폐로서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입시부정은 있었지만 합격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상식 이하의 판결로 사법부 전체가 권력의 하수인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수사기록 3천 쪽이 아직도 공개되지 않아 헌법소원을 낸 상태에서 무엇이 그리도 급해 ‘자식이 애비를 죽인 패륜아’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건드리지 않는 권력에게는 무한한 위력을 과시하던 사법부가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이명박 정권에게는 이리도 약한지 모를 일입니다. 약자에게는 한 없이 강하고, 강자에게는 한 없이 약한 사법부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유신독재 시절보다 더 못한 판결을 알아서 내리는지 분통이 터집니다.


역사의 심판이 그리 호락하지 않음을 모르는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한 사법부에 대한 전 국민적인 불신이 퍼져 나갈 것입니다. 일을 저지른 자들이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언론악법 무효를 위해 치열하게 싸운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새로운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절차상 위법을 인정한 헌재가 마지막에 용기가 부족했다”며 헐대로 헐어 버린 헌법재판소를 비난했습니다. 이래저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돌진하고 있는 현실이 갑갑할 뿐입니다. (2009. 10. 29일 자전거 일주 15일째 김제에서)

 

추 신: 주말을 고비로 다음 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에 대비하려 합니다. 주말에는 두터운 등산복을 공수하고 점검을 해야 되겠습니다. 아무리 칼바람이 분다 해도 민주시민들이 ‘중단하라’고 하지 않는 한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는 끝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