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 자리’를 ‘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첫날

녹색세상 2009. 10. 15. 22:02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자전거를 타고 오다 생각해 보니 아침밥 먹는 것을 잊어 버렸더군요. 전날 준비물은 빠짐없이 잔뜩 챙기고 점검해 놓고는 가장 중요한 먹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집을 나서지 않은지 수십 년이 되었는데 깜박했으니 자전거 전국 일주가 얼마나 설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릎보호대를 찾아 출발 기자회견장인 대구 MBC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올 줄 알고 당과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조금은 썰렁했습니다.

 


그러나 ‘비록 처음은 미약하나 나중은 매우 번창하리라’는 성서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기자 회견을 하고  자전거 전국 일주 첫 페달을 밟았습니다. 예상보다 짐이 많아 중앙당 녹색위원회 실무자 장세명 동지의 도움을 받아 일부를 택배로 부산으로 보냈습니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주말마다 장거리 주행을 했지만 배낭 2개를 실고 달리려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달리다 보니 먼 길 떠날 때 꼭 봐야 할 동지에게 점심 얻어먹는 것을 잊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돌아오면 “가는 길목인데 점심 같이하자는 전화하지 않았느냐”는 핀잔을 듣게 되었습니다. 배가 고파 가까운 식당을 찾았더니 고기로만 식단이 짜여져 있어 그 중 고기가 가장 적은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객의 선택’ 폭이 너무 제한되어 있어 나오면서 ‘채식하는 손님을 위한 배려’를 주인에게 부탁했습니다. 잠시 쉬었다 첫 목적지인 경주를 향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영천 금호읍에 도착하니 경주로 가는 4번국도 이정표가 보여 올라갔더니 ‘자동차 전용도로’였습니다.


도중에 내려 다른 길로 가지도 못해 그냥 갔습니다. 아스팔트 공화국의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외면한 채 이정표 따라 경주로 향했습니다. 황금물결 이루는 들판의 벼는 추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지만 ‘수매가 보장’을 해 주지 않으니 타 들어가는 농민들의 속이 어떠할지 가슴 아픕니다. 국도를 확장하면 기존 도로를 최대한 활용하고, 소재지에 우회 도로만 내면 될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물량확대’를 통해 건설자본의 배만 채운 흔적이 역력합니다.

 

 

▲ 첫 날 경주에 도착해 숙제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매니아 님을 기다리는 틈을 타 부지런히 적고 있는 모습입니다.


환경파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기본은 저 멀리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핑계야 ‘산업도로’라고 대지만 사람을 무시한 길 내기만 해대는 꼴이 가히 가관입니다. 기존 도로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새로 전용도로를 만드니 조금 빨리는 갈 수 있을지 모르나 지역 상권은 죽고 맙니다. 지나다 눈에 보여야 잠시 쉬었다 뭘 사 먹기라도 할 텐데 고속도로도 아닌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든다는 걸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잠시 도로교통법을 어긴 탓에 예상보다 조금 빨리 5시에 경주 도착했습니다. 도착 보고를 언소주 대경본부장인 여비맘 님에게 문자로 날리고, 경주에 사는 민주시민 매니아 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남아 오는 도중에 페달 쪽에 자꾸 소리가 나는 것을 고치러 갔습니다. 경주는 평지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곳곳에 자전거점도 많이 보여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전문가답게 잠시 페달을 밟아 보더니 고장 난 곳을 바로 찾아 고쳐주었습니다. 장거리를 간다고 나사가 풀린 것도 조여 주는 등 세심하게 봐주시더군요.


반가운 얼굴 언소주와 대경아고라의 센스쟁이인 매니아 님을 만나 저녁 먹으러 갔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글을 아주 쉽게 쓰는 재주가 남다른 민주시민이죠. 작년 광우병 정국을 지나면서 촛불을 들고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릴 정도로 마음이 맑고 착한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뻘짓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합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월에 세상을 걱정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결코 어두울 수 없다고 믿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저녁을 먹고 숙소를 잡아 짐을 풀고 첫 날 숙제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