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은 앞산 달비골에 농성을 시작한지 700일이 되는 날이다. 감회가 남다른 날이다. 무슨 기운 때문인지 모르지만 700일까지 끌고 온 것은 대단한 끈질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이른 아침 농성장 쪽으로 119구조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방차와 구급차 2대가 연이어 들어오기에 직감적으로 ‘앞산터널 공사 현장의 사고’란 생각이 들어 사진기를 들고 뛰어 갔다. 사토 처리장을 확보하지 못해 본격적인 터널 굴착 공사를 하지 못하는데 무슨 대형 사고가 났는지 의아해 달려갔다.
현장 사무실이 있는 약수터에 갔더니 컨테이너에 말벌집이 있어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구조대원들은 신속하게 벌집 제거 복장으로 갈아 입고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벌집이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창고로 사용하려고 컨테이너를 갖다 놓은 지 7개월이 되었는데 얼마나 방치를 했는지 거미줄은 물론이요, 온갖 잡초가 얽혀 귀신 나오기 일보직전인 흉가 같다. 파동 용두골 현장에 특이한 암석이 나오자 밀반출을 하다 방송에 보도되어 망신을 당하고, 하청업체인 남선건설이 부도나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사건도 벌어졌다.
대구시종합건설본부 관계자가 현장에 나올 정도였으니 부도의 조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태영건설은 ‘나 몰라라’하고 뒷짐을 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거기에다 하늘이 노하셨는지 컨테이너 위에 말벌집까지 생겼다. 사토 처리장도 없는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한 것은 김범일 대구시장이 얼마나 똥줄이 타 들어가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태영건설 역시 마찬가지다. 공사 금액을 늘릴 수 없는 ‘민자사업’에 뛰어들어 성급하게 삽질을 하는 것은 도급 금액을 올리려는 얄팍한 수법이다. 이미 부실 공사를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의 허파를 건드리는데 하늘이 노하셨는지 말벌 떼를 달비골에 왕창 보내신 모양이다. 자연 파괴를 두고 보지 못하는 하늘의 엄명을 알아들어야 하는데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있으니 보일 리 만무하다. 온갖 검은돈 거래로 말썽 많은 ‘민자사업’에 임기 1년도 안 남은 시장이 모가지를 걸고 있는 것은 더 많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연 파괴하는 것을 그만두라는 하늘의 준엄하신 명령을 알아들어야 할 텐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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