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ㆍ납세 의혹 해명 못해…‘장남 국적상실은 실수 탓’
상세자료 안내…야 ‘유명업체서 뒤봐주는 돈 받는 총리냐?’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전부터 야당한테서 ‘6성 장군’이란 비아냥을 받았다. 의혹이 여섯 가지나 된다는 이유였다. 그중 위장전입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 수입을 숨긴 소득세 탈루, 서울대 총장 시절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인세 수입’ 신고 누락으로 인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총장 퇴임 뒤 학교 승인 없이 외부 업체 고문을 겸직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이 후보자의 실토나 청문위원들의 질의로 확인됐다. 여기에 뜻밖에 더 불거진 건 아들의 미국 국적과 ‘스폰서 총장’ 논란은 ‘대통령 하고 싶다’는 사람의 자질이 수준 이하임을 보여주었다.
전날 청문회에서 김종률 민주당 의원이 아들의 국적을 묻자 “제 아이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는 말씀이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그러나 22일 아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미 잃었으며,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아들을 말리기도 했다고 밝혀 ‘거짓말 논란’을 낳았다. 정 후보자는 이날 “유학 중 낳은 아들이 출생 6개월 뒤 한국에 와서 2001년 군대를 마친 뒤 2년 이내에 한국이나 미국 중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병역법을 몰라 별다른 조처를 안 했다가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을 잃었다.”며 “이후 아들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자고 했으나 내가 다음번에 미국 갈 때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유학 가면 학비 감면 등 혜택이 있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후보자는 총리 지명 이후인 16일 아들이 미국 국적 포기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또 정 후보자의 총장 시절과 총장 퇴임 직후 아마추어 화가라는 부인이 고가에 그림을 판 것과 관련해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그림 4점을 6150만원에 팔았다면 한 점당 1000만원이 넘는데, 유명 화가 천경자의 그림 값이 그렇다”며 “아내가 전시회를 할 때 일체 알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전시회 3일 전 신문에 전시 사실이 보도까지 됐다.”고 꼬집었다. 아내의 전시회 사실조차 감추는 정운찬의 모습을 보면서 노무현 정권 때 “경제부총리로 영입하려 했으나 의혹이 너무 많아 중단시켰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돈 되 주는 사람’ 더 있나?
정 후보자 국회 청문회 이틀째인 22일,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영암모자 백성학 대표한테서 1000만원을 받은 것은 교육공무원 양벌규정에 따르면 청렴의무 위반으로 파면”이라며 부적절한 용돈을 문제 삼았다. 강운태 의원은 후보자에게 돈을 준 기업 대표가 지난 4월 회사 50돌 축하연에서 마이크를 잡고 “후보자가 총장이 되도록 적극 뛰었다고 공식으로 말하기도 했다”며 “이 대표가 2002년 정 후보자의 총장 선거 당시 서울대병원장이던 두산그룹 회장에게 한 표 찍어 달라고 부탁도 했다”며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백성학 대표는 이날 청문회의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으나 베트남으로 출국해 버렸다.
최재성 의원은 정 후보자가 삼성화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최 의원은 “삼성이 비판적인 학자들에게 그 직위(자문위원)를 맡기고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정 후보자가 2005년 삼성 사장단에 강연을 한 것도 없이 자문위원 대가를 받기 어려우니 강연이라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자문위원을 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아주 오래전에 제안을 받은 것 같은데 어렴풋하다”, “의원님이 말씀하시니 혼란스럽습니다만, 대기업 그룹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고 석연찮은 답변 태도를 보여 의혹투성이에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여전한 의혹과 부실한 검증 태도
정 후보자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데도 오히려 예금액은 3억원 이상 불어난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수입 내용과, 2004년부터 2008년까지 1억5000여만원의 인세 수입을 정말 종합소득세에 합산 신고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소득 금액 명세서 등의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수입을 더 감춘 게 있는 건지, 추가적 소득 탈루는 없는지에 대한 의혹을 증빙자료로 말끔히 해명하지 않은 채 넘어간 것이다. 검찰총장 낙점을 받고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지적을 받자 스스로 사퇴한 천성관 보다 정운찬은 더 뻔뻔하게 거짓말에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또 그는 청문회 기간에 의원들에게 낸 사전 서면답변서 중 4대강 사업이나, 교육 관련 정책 등에 대한 내용을 물으면 “내가 쓴 게 아니고 실무진이 썼다”거나, “그렇게 쓰여 있느냐”고 되묻기도 해 “답변서 내용도 파악 못 하고 있느냐”는 의원들의 면박을 들었다. 명색이 유명 경제학자에 국립대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제출한 자료 내용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질미달이다. 내용을 알고도 오리발을 내밀었다면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으니 사법 처리 대상이다. “껍데기는 그럴듯 하나 속은 엉망”이라고 한 청와대 인사담당을 지낸 정찬용 씨의 말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한겨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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