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이동관 ‘홍보 수석’ 영전은 이명박 식 인사의 표본

녹색세상 2009. 8. 31. 23:55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보니 역시 ‘명박스럽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 6월 검찰이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했을 때,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음주 운전하는 사람에게 차를 맡긴 것과 마찬가지”라며 거품을 물고 MBC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 술 더 떠 “외국의 일이라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할 일”이라면서 MBC 경영진에 대한 사퇴까지 거론하여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청와대 대변인이 방송사 경영진의 사퇴까지 압박하느냐는 비판이 야당과 시민단체와 MBC에서 터져 나왔다.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 가히 가관이었다.

 

▲ 이동관은 대변인에서 홍보기획수석으로 사실 상 영전되어 ‘이명박의 입’ 노릇을 잘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언론악법 처리와 관련해 그의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망발의 장본인인 이동관 대변인이 청와대 홍보수석에 기용되었다고 한다. 이 대변인의 홍보수석 기용은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 통합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라 사실상의 승진인사다. 국민의 소리보다 자신의 입을 더욱 강화시킨 게 이명박 식인사의 본질임을 보여주었다. 언론은 그가 정권 실세로서의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신설, 힘 받는 이동관’ 제목의 기사에서 “이 내정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보다 더 막강한 홍보수석실 기능과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이 내정자는 언론ㆍ홍보ㆍ공보정책 등의 업무를 총괄하게 됨에 따라, 언론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커다란 힘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내정자의 이 같은 힘은 이명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뢰에 따른 것임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이동관의 생명력은 지난 해 촛불정국 직후의 청와대 개편에서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새 정부 출범 117일 만에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7명의 수석비서관이 전원 교체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수석급인 이동관 대변인만은 유일하게 살아남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했다.


농지법 위반, 땅 투기 의혹, 거짓해명, 국민일보 외압 등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압력을 받았지만,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파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쇠심줄만큼이나 질긴 그의 생명은 이번 홍보수석 기용으로 다시 한 번 부각된 셈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해오지 못한데 대한 비판이 무성했고, 이번 청와대 개편도 당초에는 국정쇄신의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소통의 부재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상 승진을 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청와대 홍보라인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이번 인사는 국민에 대한 책임 차원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관계에 따라 좌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청와대 비서관 중 가장 많은 땅 부자인 김은혜 전 부대변인은 대변인으로 발탁되었다. 땅 부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대변인 재직 중 ‘익명 브리핑’을 남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사안에 따라 부득이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는 ‘비실명 보도’를 조건으로 하는 브리핑을 다반사로 가졌고, 이를 어긴 기자가 청와대 출입기자들로부터 출입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에는 대변인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이동관 대변인’이고, 다른 한 명은 ‘핵심 관계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가 꼬집은 적이 있다. 바로 얼마 전 북한 조문단이 내려왔을 때 언론에 계속 등장한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이 내정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정한다.


뒤집어보면 이 내정자가 대변인 시절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익명으로 여러 견해를 드러낸 것은 이 대통령의 신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방식의 입장 표명이 대통령의 의중과 어긋난 것이었다면 제동이 걸렸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무한한 신임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다. 청와대가 홍보업무를 강화하고,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인사가 그 일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것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KBS-MBC-YTN 등 방송장악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시점에 ‘이동관 홍보수석’의 막강 수석등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방송사 제작진을 향해 ‘음주운전 하는 사람’이라고 야유하고 경영진의 사퇴까지 압박하던 대변인 시절의 철학이 그대로 밀고 간다면, 앞으로 여러 정책과 관련하여 더 큰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확대 개편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언론장악을 위한 공룡조직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언론을 장악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을 하는 곳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없던 ‘홍보수석’이란 자리까지 만들어 영전 시킨 걸 보면 국민의 소리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사진: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