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설비 지킨 쌍용차 바보 노동자들과 ‘용공분자’

녹색세상 2009. 8. 18. 00:43

 쌍용차 파업 진압은 이명박 감독의 ‘화려한 휴가’

 

지난 8월 10일 경찰과 검찰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파업에 참가했던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등 4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 이튿날 새벽 평택지원의 정우영, 정하정 판사는 한상균 지부장 등 38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앞서 8월 5일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내일(6일)까지 도장공장에서 자진 철수하는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처를 하겠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분명히 밝혔다.

 

▲ 디클로로메탄과 같은 발암물질 및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최루액을 경찰이 다양한 방법으로 옥쇄파업 중인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 (사진: 노동과 세계)


8월 6일 쌍용자동차지부는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회사와 극적 합의에 이름으로써 같은 날 조인식을 마친 후 파업노동자들은 모두 도장공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진 철수한 노조원 등 96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인 후 44명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그 후에도 구속수사를 이어감으로써 현재까지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구속자는 66명에 이르고 있다. 자진 철수하는 노조원들을 최대한 선처하겠다던 조 청장의 말은 도리어 1997년 한총련 출범식 이래(당시 195명 구속 기소) 12년 만에 최대의 대량 구속사건으로 되돌아왔다.

 


파업노동자들이 공장 점거를 풀자 조 청장은 “노조집행부와 살상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과 파업사태 장기화를 지원한 외부세력은 그냥 넘길 수 없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며 태도를 바꾸었다. 참으로 ‘파렴치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양보를 통해 파국을 막은 노사 대타협의 의미를 경찰이 나서서 한 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자동차산업 역군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새총과 쇠파이프로 ‘경찰병력’에 맞섰다는 이유로 어느새 살상 행위자요, 심지어 대테러작전의 대상자로 둔갑되고 말았다.


한편, 쌍용자동차 파업농성 과정에서 경찰은 파업노동자를 향해 사용이 금지된 발암물질이 든 최루액을 무차별적으로 뿌려대었다. 심지어 소방헬기도 불을 끄지 않고 최루액을 뿌렸으니 경기도지사와 소방본부장은 불법을 저질렀다. 대간첩 및 대테러 작전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다목적발사기(고무탄총)를 발사하고, 얼굴로 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얼굴을 향해 전자총을 발사하고, 도망가거나 쓰러진 노동자들을 쫓아가 무차별적으로 방패와 곤봉으로 내리찍고 군화발로 짓밟는 등 폭력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였다.


경찰특공대는 특수부대가 아닌 고삐 풀린 폭력집단


진압과정에서 보인 경찰의 폭력행위는 강제 해산의 범위를 넘어선 ‘인명살상’을 연상하게 할 만큼 그 정도가 심각한 것이었다. 경찰 자신들이 만든 ‘집회시위안전관리수칙’에 “시위대는 적이 아니므로 적대감을 갖거나 가해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 있으나, 경찰특공대들은 고삐 풀린 폭력집단처럼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둘렀다. 특수임무 부대의 특수 상 경찰상층부의 ‘강경진압’ 지시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뿐 아니라 경찰 회사 용역은 한 몸이 되어 구사대가 가리키면 용역경비들이 대형 새총으로 파업노동자들을 향해 볼트ㆍ너트를 쏘고, 경찰은 방패로 새총을 쏘고 있는 구사대와 용역들을 보호해주는 합동작전을 벌였다.

 

▲ 5일 오전 8시 무렵 크레인 3대에 컨테이너를 연결한 경찰특공대가 조립3,4팀 옥상 진입해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노동과 세계)


공장 정문 앞에서는 구사대 직원들이 집단을 이루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과, 취재하는 기자들을 폭행하고, 각목으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게 마구 폭력을 휘둘러 상해를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를 방조하였다. 도리어 폭행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를 막아 가해자가 도망가도록 도와주고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는 사람들을 연행하였다. 구사대가 거리로 나와 행인들의 통행을 막고 폭언을 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파트까지 쳐 들어와 시민들을 연행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으면 그 자리를 피해버리는 등 경찰진압이 진행되던 8월 4~5일에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었다. 자동차범대위의 진상보고에 따르면 이로 인해 부상을 당한 파업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수만도 잠정적으로 약 290명에 이르는 등 그 피해가 상상을 넘고 있다. 경찰은 파업노동자들이 새총으로 볼트ㆍ너트를 쏜 행위를 살상무기를 사용한 행위로 보아 전원 구속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 채증이 된 파업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전원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도 공안 검찰ㆍ경찰은 색깔 공세


그러나 회사관리자와 용역경비들이 파업노동자들을 향해 대형 새총으로 볼트와 너트를 발사한 동일한 ‘살상 행위’와 공장 앞에서 구사대들이 각목으로 수많은 시민들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폭력행위와 관련하여서는 회사 임직원 16명을 출석 요구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도되었다.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항한 파업노동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을 적용하여 엄벌을 공언하고 있는 경찰은, 곤봉과 방패를 사용하여 경찰특공대들이 파업노동자들에게 가한 무자비한 집단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고 있다.

 


검찰은 한술 더 떠 지난 8월 9일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서 “쌍용차 사태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등 ‘용공성이 짙은 외부세력’이 개입됐다.”며 “이념 서적과 불법 무기류를 압수했고 군사위원회 설치시도를 확인했다.”고 공표함으로써 일방적 해고 통보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쌍용자동차지부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용공성이 짙은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처럼 비치게 하려는 의도까지 보였다. 그 외부세력이란 다름 아니라 쌍용자동차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간부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가입한 노동조합의 간부들을 두고 외부세력이라고 하니 이쯤 되면 너무 어이없다.


결국 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누구에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가 파업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식수 공급ㆍ음식물과 환자 치료를 위한 의약품 반입, 의료진 출입을 허용하도록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긴급 구제조치 권고’까지 하였으나, 경찰은 치밀하게 작전을 세워 물과 식량의 반입을 차단하는 등 비인도적 행위까지 자행했다. 이를 희석하고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용공분자의 개입에 의한 극렬 폭력행위로 호도하려고 한 것이라 의심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생사의 기로에서 생산설비 지킨 바보 노동자들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바와 같이 진정 법치국가라면 경찰력 행사 역시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한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파업사태에서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에 의한 경찰력 행사와 사법처리 과정은 전혀 평등하지 않다. 경찰은 파업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여 노사 간의 대타협에도 불구하고, 선처약속을 바로 뒤집고 1997년 한총련 출범식 이후 ‘최대의 구속기록’으로 그들만을 대량 구속하였다. 노사가 협상한 것을 ‘공안사건’이라며 대검공안부에서 직접 수사를 한다.

 

▲ 6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최종 노사 교섭이 끝난 후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마친 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TRE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노동과 세계)

 

이는 노사 간의 합의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에서 정도를 넘어선 불공정성을 드러낸 것이다. 사법처리의 생명은 형평성에 있다. 공정성을 상실한 수사와 사법처리는 법질서 확립이 아니라 법치를 가장한 국가의 폭력이며 반대자에 대한 보복일 뿐이다. 따라서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구속수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경찰특공대의 투입으로 언제 집단폭력을 당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불이 나자 경찰과 구사대는 피했으나 파업 노동자들은 소방관들과 같이 화재 진압을 했다.


“파업기간 동안 생산설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회사와 경찰이 우리를 고립시키기 위해 단전을 한 이후에도 우리는 비상발전기를 도장공장의 도장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하는데 먼저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회사관리자가 아니라 극렬 폭력행위자로 매도당하고 있는 파업노동자들이, 지난 8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있었던 ‘쌍용자동차 살인진압 진상보고 및 피해자 증언대회’에 나와 증언한 한결같은 내용이다. 경찰과 검찰은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전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그 회사의 생산설비를 지키기 위해 비상발전기를 사용했다. 그런 바보들을 극렬 폭력행위자로 매도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한다. 국제적인 망신거리를 이명박 정권과 공안 검찰ㆍ경찰은 또 쓰고 있다. 이러고도 ‘국가신인도’를 들먹이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레디앙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