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노동자를 우습게 알지 말자.

녹색세상 2009. 8. 13. 23:53

 

노동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지금 당장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춘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전기ㆍ통신 노동자들이 바로 파업한다면 모든 전기와 통신망이 마비되어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여름이라 잠도 잘 수 없을 뿐 아니라 냉장고의 음식은 상하고 맙니다. 철도ㆍ화물ㆍ항공ㆍ버스 같은 운수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 물류가 멈추고 이동이 불가능해 심각한 혼란이 옵니다. 그래서 철도를 보름만 멈추면 정부가 손을 든다고 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큽니다. 단 1시간만 멈추어도 이런데 3~4일 세우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죠. 그만큼 노동의 힘은 세상을 움직이기도 하고 멈추게도 합니다.

 

 

노동의 값어치가 좀 올라가긴 했으니 1997년 악몽의 외환위기(IMF사태) 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북서유럽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꿈같은 이야기인 게 우리 현실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닙니다. 북서유럽 국가의 대부분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비슷한 경력의 노동자들은 임금이 같습니다. 쉽게 말해 엘지전자에 근무하는 노동자나 대구 성서 공단의 중소전자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나 임금이 비슷하니 굳이 머리 터지게 대기업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꿈 같은 현실은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의 결과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노동조합의 가입이 자유로운(오픈샵) 것이 아니라 입사하면 의무적으로 가입(유니언샵)하는 제도적인 장치 때문에 노조 조직률이 매우 높고, 산업별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자본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이는 그 나라의 재벌이나 정권이 착하고 선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치열한 싸움 끝에 쟁취한 것입니다. 굳이 문자를 쓴다면 ‘계급투쟁의 결과물’이라고 하지요. 자영업을 하는 사람 역시 노동자나 마찬가지로 대부분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먹고 삽니다. 우리도 교사와 공무원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판사와 의사 노조도 있습니다. 경찰ㆍ소방공무원 노동조합도 있고요.


지금 우리는 휴대전화기와 인터넷이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늘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는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한참 일 하는 대낮에 전기가 끊기고 통신망이 두절되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대구시에 6시간만 그렇게 된다면 신호등이 나가 차량 소통을 위해 투입한 경찰 무전 교신조차 불가능 하니 모든 게 멈추어 엉망이 됩니다. 경찰 전산망이 몇 시간 마비되어 범죄 조회를 비롯한 기본 업무가 마비되고, 행정전산망에 이상에 생겨 업무를 보지 못한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 문제로 총파업을 한다면 파급 효과가 엄청나고 그로 인한 사회적인 손실이 많아 정부는 노사 양측에 ‘빨리 협상하라’고 중재를 하거나 압력을 넣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줄다리기 하면서 적절한 선에서 협상을 하는 게 당연하죠. 물론 그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할 때 그 사회는 발전하지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짓밟아 버리면 당장은 모르나 언젠가는 폭발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노동의 힘은 크고 위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천하게 여기는 잘못된 풍조가 자리 잡고 있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대학교수노조도 합법화 투쟁을 할 정도로 세상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을 가벼이 대한다면 ‘정신 나간 인간’이란 소리만 듣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