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통치’에 저당 잡힌 ‘법치’와 친 서민 행보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검찰 총수에 앉힐 생각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이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 중엔 위법 행위로 밝혀진 사실도 있고, 부적절 처신이라고 비난 받을 행적도 많다. 그는 두 가지 법률을 위반했다. 아들을 서울 강남의 좋은 고교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했고, 전세자금 변통 등을 위해 동생과 처가로부터 8억원을 빌리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아 증여세법을 위반했다. 특수 관계인으로 부터 1억원 이상을 무상으로 빌리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법치의 최고 사령탑 후보‘가 ’기초 법질서‘를 위반한 것이다.
▲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이 잇따르자 물을 마시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청문회장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이 검찰 수사기록의 공개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국회 경위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사진:시사뉴스)
그는 임명권자인 이명박의 뜻에 어긋난 ‘반 서민’ 행보를 보였다. 하객 200명 기준 이용료가 8천만원인 6성급 호텔가든 또는 1인당 식대가 최하 5만 5천원인 6성급 호텔 가든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렀으면서도 그곳을 ‘조그만 교외’라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부인은 수백만원 어치의 사치품 샀으며, 아들은 자신의 총 급여보다 많은 돈을 신용카드로 긁었다. 아직도 이런 검사가 있다는 게 의아하기만 할 뿐이다.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누빈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와는 180도 다르다. 이런 자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 영이 서지 않는다. 이명박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법치의 영이 서지 않고, 수시로 팔아먹는 ‘친 서민’의 면이 서지 않는다. 청와대가 설정한 국정 운영에 엄청난 금이 가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사실을 과연 몰랐던 것일까? 인사 검증과정에서 채 거르지 못한 걸까? 그렇게 보기엔 사례가 너무 많다. 문제될 게 뻔한 것을 너무 많이 흘려버렸다. 다르게 봐야 한다. 인사 검증 과정이 부실했던 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인사 검증 의지가 박약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럴 만한 정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을 표방한 시점은 6월 22일이었고,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한 시점은 6월 21일이었다. ‘노무현 서거’ 여파에 부심하던 청와대가 ‘근원적 처방’을 예고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내놓은 회심의 반전카드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한계와 선택의 폭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드러내는 증거다.
합리와 상식의 범주에서 인사검증작업을 벌였다면 마땅히 걸러야 했다. ‘노무현 서거’ 때문에 내상을 입은 법치와 검찰의 위신을 고려했어야 하고, 친 서민에 부응하는 청렴성을 감안했어야 한다. 천성관 후보자가 지금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용산참사’와 ‘PD수첩’ 수사의 최고 사령탑이었다는 점은 차치한 것 부터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것을 관점과 견해 차 쯤으로 치부하며 무시했을 것이라 치더라도 ‘기초 법질서’ 준수 여부와 ‘친서민적 청렴성’은 당연히 고려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밀어 붙였다.
과거의 잘못보다는 ‘공안통의 화려한 전과’만 높이 사고 나머지 요인은 무시해버리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공안을 얻으려다 법치와 친 서민 모두를 저당 잡히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군 기강과 사기를 위해 마속을 벴던 공명의 심정으로 철회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지 의문이다.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을 물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궁지에 몰려있다. 여러모로 천 후보자는 검찰총장감이 아니다.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 그냥 밀어 붙여 천성관이 죽으면 이명박이 살고, 천성관이 살면 이명박이 큰 코 다친다. (프레시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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