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쌍용자동차 현상’에 ‘안철수 백신’은 어때요?

녹색세상 2009. 6. 30. 13:34

 

‘안철수 백신’으로 바라본 ‘쌍용자동차 파업’에 대한 해법

 

쌍용차 사태가 연일 각종 매체를 타고 보도되고 있다. 쌍용차 공장은 매일같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 우리 사회에 ‘정리해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무더기 정리해고’ 또한 드물지 않다. 이번 쌍용자동차 사태도 그 중 하나다. 방송에서 ‘해고 노동자’와 그들이 투쟁하는 모습, 가족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방영하고 있다. 그들은 감성에라도 호소해서 사태를 돌려 보고 싶어 한다. 회사 측은 ‘수많은 적자 때문에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하고, 해고 노동자 측은 ‘같이 살길을 함께 마련해보자’며 절규한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해 ‘옥쇄파업’이라는 사활을 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 현장 사람들 표현에 따르면 ‘산 자(비해고자)와 죽은 자(해고자)’ 모두 편치 않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파멸하기 십상이다. 그나저나 옥쇄파업이 40여일 가까이 계속되면서 언론을 통해 접한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들 머릿속에는 “현장 노동자는 회사가 어렵게 되면 결국 저렇게 제일 먼저 해고되는구나.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해도 결국 가정하나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 되는 구나”를 떠올릴 게다. 그러면서 그들은 “죽어도 현장 노동자는 되지 말아야겠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든 위로 올라가야겠다.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쯧쯧. 너희들도 저런 험한 꼴 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 내가 왜 너희들을 닦달하는지 잘 알겠지?”라고. 아마도 적잖은 부모들과 자녀들이 이번 ‘쌍용차 옥쇄파업’을 통해서 생생한(?) ‘시청각 교육’을 받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너나없이 ‘일류 대학 진학, 이어지는 상류층 진입’이라는 당초 목표의 당위성을 재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격언 아닌 격언을 되씹으면서 말이다. 그야말로 약발 만점이지만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게 현실임을 냉철하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놓치는 우리 사회의 함정


그래 그럴 수 있지만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악순환이요 풀지 못하는 함정이다. 소위 일류 대학 출신자가 많은지, 아니면 이류 삼류 대학 출신자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학력자가 많은지를 굳이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자영업자 농민 등)에 속하는 민중이 많은가 아니면 그렇지 아니한 부자들이 많은가? 당장 이번 쌍용자동차 회사만 해도 노동자가 많은지 사용자가 많은지 그 대답은 뻔하다. 한 사회가 지탱되는 것은 이런 대다수의 노동자의 노동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들의 노동이 아니면 ‘직접 생산’이 있을 수 없고, 한 사회의 모든 이윤이 창출될 수도 없다. 수많은 노동자의 노동은 한 사회를 떠받치는 기반이요 없어서는 안 되는 커다란 축이다.


이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임에도 ‘노동자’가 꿈인 학생은 드물다. ‘노동자’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인 게 우리 사회다. 회사가 경영난에 처해도 제일 먼저 거리에 나앉는 것도 노동자다. 임금도 그 노력에 비해 늘 부족하다.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제일 심하게 받는 쪽이 노동자다. 이번 쌍용차에서 해고된 한 노동자의 “왜 회사가 경영 잘 못해서 생긴 적자를 회사가 책임지지 않고, 힘없는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해결하려 하느냐. 이것은 부당한 일 아닌가?”라는 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무리한 매각으로 책임져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파업에 동참하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은 언제 또 용역깡패와 경찰병력이 밀고 들어올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권력 투입의 시기만을 재고 있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게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 관리인들이 동원한 구사대와 용역깡패들이 휩쓸고 지나간 공장 안팎을 청소하고 있는 옥쇄 파업 중인 노동자들. 자신들의 일터이기에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다.

 

 연구자 안철수가 말한 '노사 갈등'에 대한 '백신'


지난 6월 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 그가 살아온 세월이 공개되면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넘어 존경을 얻어냈다. 그가 말한 주옥같은 이야기 중 '쌍용차 현상'과 맞물리는 이야기가 있다. “효율성만을 따지는 우리 사회는 잘못됐다. 그렇다면 10년 넘게 의사 생활하다가 그것을 버리고 컴퓨터 백신 개발자가 된 나의 삶은 실패한 삶이지 않은가. 이어서 컴퓨터 개발자에서 다시 CEO로, CEO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던 나의 이력은 그야 말로 대표적인 비효율적인 삶이다.”라고 말하면서 효율만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일침을 가했다. 언제나 ‘정리 해고’는 ‘효율’이라는 공식이 낳은 대표적인 ‘자식’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 지난 6월 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 (MBC 홈페이지 갈무리)

 

‘효율만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었고, 효율만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그런 면에서 효율이 과연 성공인가를 노사, 나아가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다시 한 번 더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안철수 교수 말에 한번 쯤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성공한 사람의 성공을 개인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의 성공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경종을 울린다. 실제로 그는 그런 철학을 갖고 살아 왔다.


최고 경영자 안철수는 ‘노사 백신’을 실제로 사용했다


안철수 연구소 초창기 시절 컴퓨터 백신이 보편화되지 않아 회사 경영이 무척 어려웠다. 한 외국회사 대표가 안철수 사장에게 “1000만 달러를 줄 테니 그 회사를 자신에게 넘겨라”고 제시했지만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내가 돈을 받고 회사를 팔면 분명 회사 인원을 감축하거나 해고할 것이고, 국민들은 무료 컴퓨터 백신을 받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얻는 것은 돈이 전부인데, 그런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회사는 나 혼자 일으킨 게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유명한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안철수 연구소’가 빵빵한 매출을 자랑하며 성장했을 때 그는 홀연히 떠나려고 했다. 단지 다른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였다. 이 때 회사를 떠나면서 자신의 주식을 회사 직원 100명에게 모두 나눠주었다. ‘회사가 이만치 크게 된 것은 모두 당신들 덕분’이라는 것을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 사회는 ‘안철수 백신’이 그리운 시대다. 다시 ‘쌍용차 옥쇄파업’으로 돌아와 보면 참으로 아쉽다. 쌍용자동차가 적자 난 것도 이유가 있고, 그로 인해 ‘정리 해고’를 해서라도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사용자 측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있는 사용자 측에서 ‘정리 해고’만이 해법이라며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집단 살인’을 미리 결정한 것임에 분명하다.


아니 ‘안철수 식’으로 생각해본다면 과연 지금의 쌍용자동차가 존재하기까지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없이 가능했을까? 사용자 측에서 한 번이라도 그들을 단순한 ‘일꾼’이 아닌 ‘가족’으로 생각했을지 묻는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수많은 노동자를 마음껏 사용하다가 언제든지 필요 없으면 버려도 되는 부속품쯤으로 생각했음에 분명하다. 노동자들이야 말로 바로 자신들을 벌어 먹여 살린 고마운 은인이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엔 ‘안철수 백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나아가서 ‘상생과 의사소통’이 아쉬운 이 시대에 ‘안철수 백신’은 ‘공동 파멸’이라는 독균을 없애는 주요한 백신이라 생각한다. (송상호 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