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부엉이 바위로 내몰린 한상률 관련 파면ㆍ피소 세무공무원

녹색세상 2009. 6. 19. 15:38

“제발 부엉이 바위에 서게 하지 마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파면에 이어 검찰 고소까지 당한 나주세무서 직원 김동일 씨는 19일 “제발 부엉이 바위에 서게 하지 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동일 씨는 이날 이메일을 통해 발표한 ‘검찰 고소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아 전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고소해서 조사받게 해야지, 그의 잘못을 비판한 저를 왜 검찰에 고소하느냐”고 간절히 호소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국민의 의혹을 밝혀 국세청 조직과 조직원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호소한 죄밖에 없는데 작금의 현실이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저에게 힘을 달라. 표현의 자유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어떻게 이렇게 야비하고 잔인할 수가 있나. 아내는 가슴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3 딸과 고1 아들은 ‘왜 침묵을 지키지 괜히 나서서 직장을 잃고 우리의 대학 진학은 어떻게 하느냐’고 원망 섞인 하소연을 한다”며 “제발 부엉이 바위에 서게 하지 마라”고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보호하기는 커녕 파면도 모자라 검찰에 고소까지 하는 이 사회는 파렴치의 극을 달리고 있음에 분명하다. 문제 해결은 너무나도 간단명료하다. 미국으로 도피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소환해 조사를 하면 된다. 범인 인도 요청을 하고 보다 신속한 조사를 해야 모든 의혹이 풀린다. 의혹을 풀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바른말 하는 사람을 파면도 모자라 검찰에 고소까지 해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치사한 짓은 당장 집어 치워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다. 내부 비리 고발자에 대한 포상금을 최고 2억원으로 한 공기업이 있는데 한쪽에서는 문제 제기한 사람을 파면에다 고소까지 한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다음은 김동일 씨가 내놓은 자신의 심경과 ‘검찰 고소에 대한 입장’ 전문이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야비할 수가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는지 천번 만번을 양보해서 죄가 있다고 칩시다. 공무원에게 목숨과도 같은 직장을 빼앗았으면 됐지 뭘 더 바랍니까? 저의 아내는 늘 어려운 일을 찾아 쉬지 않고 일하고, 항상 남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남편에게 가해진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고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고3딸, 고1아들은 왜 아빠도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 괜히 나서서 직장을 잃고 이제 우리들 대학진학은 어떻게 하냐고 원망 섞인 하소연을 합니다.

저를 제발 부엉이 바위에 서게 하지 마십시요!



                                                   검찰 고소에 대한 입장


저는 2009년 5월 28일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인 ‘나의 의견’란에 올렸습니다. 주요 요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언론매체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런 말도 되지 않은 짓거리를 하여 국세청을 위기로 몰아넣고, 국세청의 신뢰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또한 국세청 수뇌부에게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되었으며, 왜 관할 부산지방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게 하였으며,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를 밝혀 국민적인 의혹들을 풀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국세청 수뇌부는 저의 이러한 충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하면서까지 공무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을 결정하였습니다. 시민단체, 야당,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파면을 철회하여 달라고 계속해서 항의를 하였고, 언론에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저를 ‘명예 훼손’으로 검찰에 고소를 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투명성기구 광주ㆍ전남본부 김범태 대표는 한마디로 ‘부관참시’라고 하였고, 참여연대는 “국세청의 후안무치함이 혀를 내두르게 할 뿐이다”고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하여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적인 의혹을 받고 있는 그를 고소해서 조사를 받게 해야지, 그의 잘못을 비판한 저를 왜 검찰에 고소합니까?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 조직과 조직원의 품위를 손상했습니까?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제가 품위를 손상했습니까? 저는 국민적인 의혹을 밝혀 달라고 부탁한 죄밖에 없습니다. 저는 국민적인 의혹들을 밝혀 국세청 조직과 조직원의 명예를 회복하여 달라고 호소한 죄밖에 없습니다. 저는 작금의 현실이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표현의 자유를 지켜 주십시오!

 

                    2009년 6월 19일 새벽 3시  상식이 지켜지는 국가에서 살고 싶은 김동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