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행사 망하든 말든 검거만 하면 돼’라는 경찰 지휘관의 막말

녹색세상 2009. 5. 15. 11:14
 

5월 2일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행사가 무산된 것은 참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개막식 행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무대에 올라가버린 시민들의 과격한 행동과 경찰의 무리한 작전이 불러온 예견된 사고라는 견해를 밝힌 사람들이 많으나 실은 그게 아니란 게 밝혀졌습니다. 이 날 한 경찰 지휘관이 기동대원들에게 “'하이서울페스티벌' 을 보호할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한 누리꾼에 의해 10일 공개됐군요.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가 망쳐진 것에 대해 시민들의 과격한 행동이 비판을 받아왔지만 경찰의 무성의를 넘어 폭력 대응 역시 계속 될 것 같아 ‘시민의 생명보호’라는 말은 물 건너간 지 이미 오래입니다.

 

 

누리꾼 ‘바람의노래’가 ‘대경아고라’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한 경찰 지휘관이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대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지휘관이 “행사는 망하든 말든 그건 우리랑 상관없어. 우린 검거만 하면 돼”라고 말하는 내용이 들립니다. 그리고 대원들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누리꾼은 영상에 찍힌 해당 부대를 전경 16중반으로 추측했습니다. 경찰 지휘관의 이 발언은, 이 날 경찰의 작전 지침을 추측케 하는 말입니다. 경찰은 애초에 ‘하이 서울페스티벌’행사에 경찰 작전이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고 검거 자체에만 집중했다는 단적인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찰이 시위대로부터 행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경찰은 불법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지만 이와 무관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 무산 사고는 예견된 사고였습니다. 애초 시민들은 청계광장으로 가서 촛불 1년 행사를 마무리 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 버스로 청계광장 일대에 차벽을 세워, 시민들이 광장에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광장 자체에 대한 접근권이 사라진 상태에서 시민들은 태평로 일대로 밀려났고, 결국 이것마저도 곧 경찰이 강제 해산 시켜 시민들은 시청앞 광장으로 모두 밀려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가 무산된 것이죠.

 

▲ 명동 일대를 점거한 경찰 병력.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투입돼 명동 일대를 가득 메운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고 폭력이다.


애초 경찰이 청계광장을 시민들에게 열어주고,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를 보호했다면 이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해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광장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거리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연행하는 것은 잘못이다’는 취지의 권고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5월 2일 촛불1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식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마치 사람을 사냥하는 듯한 무분별한 연행으로 폭력시위와는 아무 상관없는 시민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심지어는 집회를 구경하던 관광객들까지 여럿 연행되었으니 말 다한 거죠.

 

경찰이 시위를 관리하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공권력 남용이 이뤄지고 또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책임자의 사과와 처벌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건만 어찌된 판인지 그럴 기미다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이 지휘관의 말은 요즘 중심을 잃고 공권력이란 이름을 빌려 마구 폭력을 반복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사고가 다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예수의 말처럼 총으로 권력 잡은 다까끼 마사오가 총에 맞아 죽었듯이 몽둥이와 군화발로 권력을 유지하는 이명박 정권과 그 주구인 경찰 역시 같은 길로 가는 것은 자명합니다. (허재현 블로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