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건설자본의 탐욕이 짓밟고 파괴하는 앞산의 계곡

녹색세상 2009. 4. 29. 09:28
 

 

아침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달비골을 산책하고 오려는데 대형 덤프트럭이 흙을 붓는 모습이 눈에 뜨였다. 터널 공사 굴착은 커녕 아직 시작도 안 되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가슴을 달래며 가까이 다가갔다. 파헤친 숲의 흙이 장마철에 밀려 내려올 것에 대비한 배수로 작업을 위한 토공작업 중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다듬어진 달비골 계곡의 보기 좋은 크고 작은 바위조차 건설자본의 눈에는 그저 거추장스러운 ‘제거 대상’일 뿐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장마에 폭우가 쏟아져도 도랑에 물만 잘 빠지면 되지 자연이 다듬어 인간에게 그냥 안겨준 흔적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달비골 계곡의 아름다운 바위조차 묻어 버리고 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또 속이 상한다. 자연을 파괴하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길 내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았지만 앞산터널은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끝이 어딘지 모르고 자연 파괴를 위해 광란의 질주를 해대는 건설자본의 탐욕과, 대구라는 대도시 인근의 몇 안 되는 ‘생태의 보고’를 파괴해 가면서도 ‘발전’이란 말을 해대는 김범일 시장이 밉기만 하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속만 불편하고 화만 치밀어 오른다. 남들은 그냥 편안히 잘도 걸어가고 산책 잘 하는데 이 꼴을 쳐다볼 수 없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계곡을 파헤치는 장비 앞에 드러누워 ‘이 공사는 안 된다’며 몸부림이라도 쳐야 하는데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처량하기만 하다. 불을 지르지는 않더라도 매달려 발악이라도 하다 끌려 내려오더라도 싸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약한 꼴이 밉기만 하다. ‘불의 앞에 굴복하지 말고 싸우라’고 자식과 조카들에게는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 놓고는 막상 일이 벌어지자 도망치니 무슨 낯으로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세 많은 부모님과 가족 생각과 ‘벌금 처리’ 때문이라는 등 온갖 핑계꺼리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떠올리는 꼴이 너무 비겁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시원하게 싸우고 ‘국립호텔만 갈 수 있다면 붙어 보겠다’면서도 이래저래 발목 잡히는 것만 떠올리는 내가 너무 야속하고 비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