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의 앞산터널 직접 피해지역에 사는 주민 한 분으로부터 ‘중요한 문화재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고 다른 날도 아닌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4.19에 앞산꼭지들은 일촌계를 빨리 끝내고 파동으로 갔습니다. 주택가는 전쟁터 마냥 참혹하기 그지없었으나 용두골의 봄은 활짝 펴 봄내음을 가득내고 있더군요. 앞산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읊었듯이 물먹는 하마처럼 돈 먹는데 혈안이 된 건설자본이 권력과 짜고 치는 ‘민자사업’이란 이름으로 사정없이 파괴하는 현장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그래도 봄이 와 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자연 광경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같이 간 앞산꼭지들의 마음이 더 아팠는지 모릅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그저 주신 고귀한 선물인 자연 속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숨결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을 없애려는 무리들이 밉기만 했습니다. 늦게 백은주 꼭지가 용두골로 왔는데 대구여성회에서 오래도록 활동한 이은주 선생 모자를 만났습니다. 호주제폐지 싸움이 한창일 때 어린 자식들 손 잡고 방송에 나가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이기도 하죠. 사춘기에 접어들어 어른들과 다니는 걸 싫어할 나이인데 자연을 돌아보는 모습이 기특하기 그지없더군요. 하외숙 꼭지의 든든한 아들 우현이의 3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허탕을 치긴 했지만 조상들의 숨결이 용두골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낀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마치 4.19 혁명의 기운이 치솟아 오르듯이 말이죠. ^^
곳곳에 인위적으로 축대를 쌓은 흔적이 있다는 것은 집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돌을 보니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혹시 문화재가 될까 싶은 앞산꼭지들의 본능이 발동해 유심히 살폈다. 기와장이 있는 곳은 절터로 축대는 매우 튼튼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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