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유인촌은 국립오페라 합창단원들을 무대에 서게 하라?

녹색세상 2009. 4. 28. 12:24
 

노회찬 “국회에서, 낮에 음악회 열리도록 도와준 유인촌 장관이 고맙다.”

 

4월 22일 오후 4시 30분 국회 도서관 지하 강당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민주당 문방위원회가 주최하고 최문순 의원이 주관한 행사의 공식 명칭은 ‘거리의 프리마돈나 국립오페라 합창단 희망음악회’ 지난 3월 31일 해체 통보를 받고 거리에 선 국립 오페라 합창단원들을 위한 자리였지만 격려 대상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음악회가 열리기 전 사람들을 차례차례 호명하며 무대로 불러올렸다. 34년 해직 상태인 동아투위 정동익 위원장과 성유보 위원,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네 명의 기자, 김윤주 청운초등학교 교사와 세 명의 교사. 어느새 무대에는 15명의 사람들이 섰다. 모두가 해임, 해직 등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정동익 성유보 두 사람을 빼면 모두 새 정부 들어 ‘쫓겨나고 밀려나는 큰일’을 겪었다.

 

 

조남은 국립오페라단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해고된 지 20일 됐는데 문화부는 지난 4월 중순 연수단원 공고를 냈다”면서 “이것은 먼저 단원을 선발하고 나중에 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인데 7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문화부는 몇 년 뒤 국립합창단원들과 비슷한 대우를 약속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지금 사태를 조속히 무마시키려는 졸속 행정조치"라며 "유인촌 장관께서 10년 뒤 예술계를 바라보고 정책을 세울 것이라면, 오페라단 해체를 철회하고 단원들을 원직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특유의 반어법을 구사해 “국회에서, 그것도 낮에 이런 음악회가 열리도록 도와준 유인촌 장관이 고맙다”며 “결국 이 정부는 ‘문화는 먹고 사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문화계엄사령관의 문화를 향한 무자비한 칼질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서 해임시킨 사람’이란 소개를 받은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국립오페라 합창단이 해체된다고 했을 때 눈물이 나려고 했다”면서 “갈수록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돌발적으로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해(解)자는 원래 '풀린다'는 뜻의 좋은 의미인데 해고, 해직, 해임 등 이 정부 들어 좋지 않은 곳에서만 쓰이고 있다”면서 “문화 분야를 특히 못살게 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일제고사’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생 학부모의 생각을 존중했단 이유로 해직당한 김윤주 교사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거리공연 계속 하고 일인시위 벌이는 것 보면서 '해직동지'로서 위안 받았다”면서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왔으며 행복한 연대의 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은 “해직 동지 중에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함께 ‘사랑으로’란 노래를 합창한 뒤 본격적인 ‘희망음악회’가 시작됐다. 지휘는 고성진 전 합창단 지휘자가 맡았고, 고씨 외에 옛 단원들도 동료들의 투쟁에 동참하는 뜻으로 22일 음악회에 참여했다.


모처럼 다시 공연복 꺼내 입고 공연…노래 부르던 중 울기도

 

 

지난 20여 일간 거리에서 ‘투쟁조끼’를 입고 노래를 불렀던 이들이었다. 오늘 모처럼만에 다시 공연복을 꺼내 입었다. 여자 단원들은 화사한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었고 남자 단원들도 검은색 턱시도를 맞춰 입었다. 단원들은 ‘향수, 남촌’ 등의 가곡과 루치아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카르멘 ‘합창행진곡’, 나부코 ‘히브리 노예의 합창’ 등 16곡과 앙콜곡 두 곡을 섞어 불렀다. 일부 단원들은 노래를 부르던 중 눈물을 보이거나 손으로 눈 주위를 훔치기도 했다.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큰 함성으로 이들을 격려했으며 일부 관객들은 장미꽃 한 송이씩을 단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거리에 선 이 귀한 프리마돈나들을 반드시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다.


창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활동해 온 단원들을 거리로 내 몬 이명박이야 삽질 밖에 모르지만, 예술인 출신의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문화가 결코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런 상식 이하의 짓을 해대는 것은 ‘문화에 대한 살인’이나 다름없다. 배우가 제대로 된 연기를 하려면 오랜 세월 훈련을 하고 출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겨우 70여 만원 밖에 받지 못하고 4대 보험 적용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래가 좋고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이란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입만 열면 떠드는 경제적이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들은 돈을 말하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사람들을 더 이상 거리로 내 모는 것이야 말로 정말 비경제적이다. 이명박과 유인촌 문화계엄사령관 제발 공부 좀 하고 개념 탑재하고 살아라. (사진: 오마이뉴스)